"지드래곤 보고 신라면 먹고, 현대車 탈래요" 2만명 美청춘 들썩였다

25일(현지 시각) 오전 10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내에 있는 대형 경기장 '메모리얼 스포츠 아레나'에는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미국인 10~20대가 수백m 줄을 서 있었다. 2만여명의 미국 젊은이들이 한류 스타 공연과 패션·식품·IT·자동차 등 한국 기업 제품 전시회가 동시에 열리는 'K-Con(케이콘) 행사장에 입장하기 위해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줄을 서 있는 것이다.

◇미국 전역에서 LA로 달려온 미국 젊은이들

K-Con 현대차 전시장에서 만난 애리조나 주립대 학생 크리스티나 크레슬러(21)씨는 요즘 '대세돌'로 불리는 아이돌그룹 'EXO' 공연을 보기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LA를 찾았다. 크레슬러씨는 현대차 벨로스터를 시승했다. 그는 "K-팝을 좋아하기 때문에 현대차·삼성 등 한국 제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차를 사야 하는데, 가급적이면 현대차를 몰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차 행사를 돕고 있는 제시 박(32)씨는 "주말을 맞아 애리조나는 물론 플로리다·뉴멕시코·텍사스 등에서도 10~20대들이 행사장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K-Con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효과가 큰 콘서트(Concert)를 매개로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품을 체험하는 컨벤션(Convention)을 융합해 한국(Korea) 브랜드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행사다. CJ에서 기획해 시작한 행사로 올해가 2회째다. 한류에 열광하는 해외 팬들을 직접 찾아가 소통하고, 기업은 이를 활용해 해외 진출과 브랜드 홍보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K-Con은 지난해 LA 교외 오렌지 카운티 어바인시(市)에서 시범 개최된 데 이어, 올해는 규모를 대폭 확대해 열렸다. 참여 기업 수도 지난해 30개에서 올해 75개로 배 이상 늘었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프리덤 고등학교 2년생인 조지아(16)와 사브리나(16)양은 K-Con 농심 행사장에서 10분 이상 줄을 서서 컵라면을 받았다.이들은 "GD(지드래곤)와 유승우 공연을 보러 왔다"며 "농심 라면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GD와 유승우가 먹는 한국 브랜드라니 맛있을 것 같아 일부러 받았다"고 말했다. 농심 아메리카의 김형준(25)씨는 "오늘 하루 동안 외국인들이 1000개가 넘는 컵라면을 받아갔다"고 말했다.

◇한류를 매개로 미국 10대 공략

K-Con 행사에는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과 CJ·현대차·농심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이도 발효차, 액세서리 업체 엠주 등 국내 중소기업들도 대거 참여했다. 한방 발효차 이도의 이은실 사장은 "한류를 잘 아는 미국 젊은 층에서는 건강을 고려한 한국 전통 발효차에 대한 인기가 높다"며 "지난해에는 1~2달러짜리 낱개 티백이 많이 팔렸는데, 올해는 재구매 비율이 높고 5~10달러짜리 티백 세트가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K-Con에 참여한 기업들은 한류를 매개체로 트렌드에 민감하고 전파력이 빠른 미국의 10~20대 젊은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이들을 잠재 소비자로 끌어들이고, 입소문 효과까지 노린 것이다. 실제로 문화 한류는 문화를 넘어, 한국 기업과 한국 브랜드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12년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문화상품 수출이 100달러 늘어날 때 관련된 소비재 수출은 4배에 달하는 412달러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주력 수출품목인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출은 평균 395달러가 증가하며 의류 35달러, 가공식품 31달러씩 수출액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J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으로 확대해 내년에는 K-Con을 연 3~4회 개최할 계획이다. K-Con의 마지막 행사인 콘서트 공연 티켓은 한 장에 300달러 하는 VIP 좌석 1200석이 판매 개시 10분 만에 매진되는 등 1만1000석이 모두 팔렸다. K-Con을 기획한 CJ그룹의 노희영 브랜드전략고문은 "K-Con은 한류 콘텐츠를 전파하고 한류 비즈니스를 확장해 대·중소기업의 해외 수출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