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8.2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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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과 당뇨, 여기에 알레르기비염까지…. 각종 만성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50대 K씨는 최근 솔깃한 정보 하나를 입수했다. 자신에게 꼭 맞는 주거 타입인 ‘패시브하우스’에 대해 누군가 귀띔한 것. 단순히 에너지 절약형 주택으로만 알려진 패시브하우스는 알고 보니 중 ·장년층을 위한 ‘건강지킴형’ 주택이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각종 매스컴에 이름을 올리며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 정보 수집에 능한 이들이라면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기본 정의 정도는 꿰고 있을 것이다. 패시브하우스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주택을 말한다. 각종 설비를 통해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는 적극적 접근이 아닌, 에너지의 손실을 줄이는 소극적 접근을 기본 콘셉트로 한다. 단열공법을 이용해 실내외 공기를 차단하거나 쓰고 남은 폐열(廢熱)을 에너지로 재활용함으로써 일반 주택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로 냉난방이 가능하다. “보온병(혹은 보냉병)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일반 주택이 계속적으로 열을 공급하는 커피포트 방식이라면 패시브하우스는 단열을 최대한 높여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보온병 방식이다.” 패시브하우스 전문 컨설팅 업체 파우스 김현수 대표의 설명이다.

심혈관 ·알레르기성 질환 예방에 탁월

패시브하우스는 성능 좋은 단열재와 고효율 열교환환기시스템이 핵심이 된다. 우선 지붕과 벽, 바닥 등 집 전체를 단열선으로 꽁꽁 에워쌈으로써 부분적 열 손실을 막는다. 유리창 역시 3중 겹유리로 만들어 열을 최대한 차단한다. 아울러 열교환환기시스템(폐열회수환기장치)으로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들여오고, 내부의 오염된 공기를 내보내면서 서로의 온도를 교환한다. 창문 없이도 통풍 효과를 내는 셈. 이를 통해 실내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

특유의 효율적인 방식 덕분에 패시브하우스는 일반 주택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95%나 절감한다. 김 대표는 “50평형 기준으로 한 달 3~4만 원이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다. 실내온도를 20℃로 유지한다는 가정인데, 패시브하우스의 20℃는 일반 주택의 20℃와는 다르다. 단열선 안의 공기가 모두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므로 실내 전체가 골고루 따뜻하다”고 말한다.

패시브하우스는 현존하는 가장 친환경적 건축 양식이기도 하다. 100㎡의 건축물 기준, 연간 단위면적당 1차에너지 요구량은 일반 건축물이 300㎾h/㎡, 패시브하우스가 120㎾h/㎡다. 이는 4.7톤의 이산화탄소 발생 저감 효과가 있다. 가늠하기 어렵다면, 30년생 소나무 833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에너지 절감도 좋고 친환경도 좋다. 그러나 패시브하우스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따로 있다. 김 대표는 “패시브하우스는 매우 젊은 개념의 주거 공간이다. 환경이나 에너지 등의 가치에 공감한 30~40대가 주로 패시브하우스에 관심을 둔다. 하지만 사실 패시브하우스는 50대 이상 중 ·장년층에게 더 적합한 형태의 집이다. 무엇보다 쾌적한 환경이 시니어의 건강 문제와 직결된다”라고 전한다.

구체적으로 패시브하우스의 어떤 부분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얘기일까? 먼저, 열교환환기시스템을 통한 양질의 공기가 공간을 쾌적하게 한다. 환기시스템의 고성능 필터는 황사나 꽃가루 등을 걸러낸다. 이는 알레르기비염이나 아토피와 같은 피부병을 현저히 줄이는 역할을 한다. 둘째, 고성능 단열 시스템이 찬 공기 유입을 제어함으로써 급격한 온도 변화를 막는다. 외풍 차단은 물론이거니와 집 안 온도를 늘 일정하게 유지하니 갑자기 추워지는 데서 오는 쇼크를 방지할 수 있다.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 예방에 탁월하다.

더욱이 패시브하우스 특유의 기밀성은 건물 틈새와 균열을 통해 습기가 생기는 것까지 철저히 차단한다. 일반 주택에서 흔히 나타나는 틈새와 균열은 온도 손실을 유발할 뿐 아니라 외벽의 온도를 낮춤으로써 곰팡이나 결로 현상을 야기하는데, 패시브하우스에서는 이런 현상이 발생할 염려가 없다. 즉, 앞서 K씨처럼 심혈관성 질환이나 알레르기성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건축 비용은 일반 주택의 1.5배

1988년 독일에서 처음 생겨난 패시브하우스는 현재 지속 가능한 건축 양식이라는 인식 아래 전 세계로 활발히 뻗어나가고 있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에 따르면, 패시브하우스의 중요성에 공감한 유럽에서는 이미 6만 채 이상이 건설됐다. 국내에는 1990년대 후반 처음 도입됐고, 3~4년 전부터 조금씩 분위기를 타기 시작한 상태. 지금까지 서울 시내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60~70채 정도 건설됐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패시브하우스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에코하우스이자 힐링하우스인 패시브하우스. 탐은 나지만 가격 때문에 엄두를 내기 힘들다고? “현재 초기 건축 비용은 평당 600만 원 선이다. 일반 주택이 400만 원 선이니 1.5배 정도 비싼 셈이다. 일반 주택에는 없는 단열장치, 환기시스템, 창호 등을 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인데, 이는 통상 5~10년 정도 거주하면 충분히 회수 되는 수준이다.” 파우스 김현수 대표의 설명. 김 대표는 “패시브하우스에 거주하는 동안 느낄 수 있는 쾌적감은 감히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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