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대자연 속에서 부부애를 다지다

  • 정지현 시니어조선 편집장
  • PHOTOGRAPHER 김경록(BUNKER 스튜디오)

입력 : 2013.08.28 09:31

TRAVEL | 캐나다 온타리오로 떠난 리마인드 허니문

<시니어조선>과 캐나다관광청, 캐나다 온타리오관광청은 이 시대의 멋진 중년 부부에게 리마인드 허니문을 선물했다. 그 두 번째 행선지인 온타리오 여행의 주인공은 김진배·왕수경 부부. 제주도 정방 폭포로 계획한 허니문 불발 이후, 37년 만에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로 떠난 리마인드 허니문을 소개한다.

‘공군사병 시절 수송기 편으로 처음 가 본 제주도, 그때 마주한 정방폭포는 대단한 감흥을 주었다. 바다 위로 바로 떨어지는 폭포의 장관을 바라보며 오래도록 자리를 뜨지 못했고, 훗날 신혼여행은 이곳으로 오리라 결심했다’는 내용이 담긴 김진배 씨의 이벤트 공모 사연. 그러나 공교롭게도 결혼식 당일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결항되어 결국 속리산에서 신혼의 첫날을 맞았다고 한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지 올해로 37년째를 맞은 김진배(69)·왕수경(63) 부부.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설계사무소에서 근무하던 남편은 은퇴 후 현재 ‘전업주부’로, 결혼 후 남편의 격려를 받아 박사 과정을 밟은 아내는 대전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이아가라
낙하한 물로 인해 높이 솟구쳐 오르는 물보라가 장관인 나이아가라 폭포.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아이 셋을 키우며 앞만 보고 달려온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3년 전 2남 1녀가 모두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함과 동시에 김진배·왕수경 부부도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덜고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고. 이후 짬짬이 전시회, 공연 등을 보며 문화생활을 즐기고 함께 여행을 다니던 어느 날 발견한 <시니어조선>과 캐나다관광청의 리마인드 허니문 2차 프로그램은 마치 자신들을 위한 이벤트 같았다. 제주도 정방폭포를 신혼여행지로 꼽았던 이들에게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제2의 인생 여정을 설계하는 리마인드 허니문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던 것이다.

거대한 물보라의 장관, 나이아가라 폭포

지난 8월 3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여행길에 오른 김진배·왕수경 부부.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 도착 후 곧바로 첫 번째 목적지인 나이아가라로 향했다. 저녁 식사 후 호텔에 들어와 짐을 풀고 나니 이미 주변이 어둑한 밤. 캐나다의 명물 아이스와인으로 축배를 든 이들은 다음 날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 첫날을 마감했다.

다음 날 아침, 근처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했다. 얼마 달리지 않아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폭포는 그 명성에 걸맞은 장관을 연출했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잘 알려져 있듯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 지대에 걸쳐 있다. 강 중앙의 섬을 기준으로 말발굽 모양의 거대한 캐나다 폭포와 무지개가 아름다운 미국 폭포로 나뉘는데, 미국 쪽에서는 폭포 옆면만 바라볼 수 있는 반면, 캐나다에서는 정면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 폭포 모두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따라서 폭포를 마주한 캐나다 쪽이 감상 포인트 지역이다. 특히 낙하한 물로 인해 높이 솟구쳐 오르는 물보라는 자연의 경이로움 그 자체. 날씨가 맑은 날에는 토론토에서도 물보라가 보일 정도라니, 대자연 앞에 외마디 감탄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하랴.

캐나다 온타리오
(위에서 부터 아래로) 헬기 투어로 나이아가라 폭포 일대를 둘러보는 김진배, 왕수경 부부. 상공에서 바라본 나이아가라 폭포. 섬을 중심으로 왼쪽이 미국 폭포, 오른쪽이 캐나다 폭포다. 19세기 영국풍 건물이 들어서 있는 아담한 마을,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
폭포 뒤로의 여행, 안개의 숙녀 호, 헬리콥터, 월풀 제트보트 등 나이아가라 폭포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폭포 뒤로의 여행(Journey Behind the Falls)은 명칭과는 달리 말발굽 모양의 캐나다 폭포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는 코스. 세차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에서 시선을 천천히 왼쪽으로 옮겨가노라면 나이아가라 폭포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안개의 숙녀 호(Maid of the Mist)는 배를 타고 나이아가라 강을 거슬러 올라가 폭포 바로 밑까지 들어가는 코스다. 거대한 물보라 속에서 폭포와 물아일체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약 40분간 즐기는 크루즈는 짜릿함 그 자체.

캐나다 온타리오
(위에서 부터 아래로) 처칠 동상 뒤로 보이는 건물은 토론토 신 시청사. 두 개의 반원형 건물이 둥글게 에워싼 형태가 특징적이다. 토론토는 전차,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이 편리하다.
5인승 헬리콥터를 타고 나이아가라 일대 상공을 누비벼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헬리콥터 투어는 원경의 근사함을 선사한다. 나이아가라 강의 월풀을 내달리는 제트보트는 물벼락을 맞아 흠뻑 젖을 것을 각오해야 하지만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신나는 체험이 될 것이다.

토론토의 랜드마크이자 관광 명소인 CN타워
토론토의 랜드마크이자 관광 명소인 CN타워.
그리고 놓칠 수 없는 스카이론 타워. 김진배 씨가 가장 추천하는 곳 또한 이곳인데, 360도 회전하는 전망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폭포를 비롯해 그 일대를 느긋이 감상하는 시간은 나이아가라 체험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온갖 색상의 조명으로 빛을 발하며 해가 져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특히 5월부터 9월 초까지 금요일과 일요일 밤에는 불꽃놀이가 펼쳐져 분위기가 한층 고조된다. 삶의 희열, 사랑의 기쁨을 주체 못하며 누구라도 시인이 될 법한 여름밤의 향연이다.

캐나다 온타리오
(위에서 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최고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리프에스테이트 와이너리에서 와인 시음 후 즐기는 피크닉 런치. 옛 건물과 현대 건축물이 어우러진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외관. 토론토 거리에서 마주친 드럼 연주자.
나이아가라 폭포 주변은 유명한 와인 산지이기도 하다. 캐나다 와인은 알코올 향이 약하고 과일 향이 강한 편이어서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이들이 좋아한다고. 특히 겨울을 난 포도로 담근 아이스와인은 고운 빛깔과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내수 소비가 주를 이뤄 수출을 많이 하지 않으므로 와이너리를 방문해 캐나다 와인의 다양한 맛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폭포 가까이에 위치한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는 19세기 영국풍 건물이 늘어서 있는 아담한 마을이다. 레이스,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수공예품을 비롯해 1년 내내 크리스마스 용품을 판매하는 숍, 아기자기한 카페와 아이스크림 가게 등이 늘어서 있는 거리는 산책 삼아 둘러보기 좋다.
리도 운하
리도 운하의 보트 크루즈는 고즈넉한 도시를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토론토 시티 투어

셋째날 아침, 부부는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토론토로 향했다. 고풍스런 옛 건물과 현대 건축물이 공존하는 이곳은 조각가 헨리 무어의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온타리오 미술관, 1만2000여 켤레의 신발과 그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바타슈 박물관, 캐나다 최대 박물관인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등 예술의 도시로 부족함이 없다. 건축을 전공한 김진배 씨는 건축물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바타슈 박물관은 캐나다의 유명 건축가 레이몬드 모리야마가 신발장에서 착안해 디자인한 박물관으로 피라미드 모양의 입구가 인상적이다. 삼성동 현대산업개발 본사 건물을 디자인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레노베이션한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은 다소 파격적인 설계 탓에 캐나다인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고.

캐나다 온타리오
(위에서 부터 아래로) 동화 같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킹스턴의 명소 천섬. 국회의사당 건물 벽에서 펼쳐지는 ‘모자이카 사운드 앤 라이트’.
사실 여행의 묘미는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부부는 토론토 관광청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버스, 지하철, 전차를 이용한 토론토 시내 투어에 나섰다. 명품 숍, 고급 부티크, 갤러리 등이 들어선 블루어 요크빌을 비롯해 토론토 대학 내 산책로 ‘철학자의 길’, 신 ·구 시청사 등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걸어서 다니면 차로 다니면 보지 못할 장면을 발견하게 되는데, 길에서 마주치는 거리의 악사들 공연은 덤이다.

토론토의 랜드마크는 단연 CN타워다. 시내 어느 곳에서나 보이는 CN타워는 본래 송신용 전파탑을 목적으로 세워졌지만 지금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 명소로 변신했다. 360도 회전하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며 시내 전경을 관람할 수 있고, 레스토랑 바로 아래층에 위치한 글라스 플로어는 발 밑이 모두 투명판으로 된 공간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좀 더 색다른 이벤트를 원한다면 CN타워의 지상 356m 높이에서 케이블에 의지한 채 전망대 지붕 위를 걷는 에지 워크(edge walk)를 추천한다. 약 30분간 하늘 산책을 하고 나면 강심장 증명서도 받을 수 있다.

천섬을 거쳐 리도 운하가 있는 수도 오타와로

토론토에서 오타와로 가는 길에 자리한 킹스턴. 이곳에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 천섬(Thousand Islands)이 있다. 대략 187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이곳에는, 나무 세 그루만 심을 수 있으면 섬으로 인정받는 아주 작은 것부터 많은 주택이 들어선 것까지 다양한 크기의 섬이 있다. 매매가 가능해서 작은 섬을 구입해 주말이나 휴일에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고. 크루즈를 타고 그 안에서 간단한 식사를 즐기며 점점이 흩뿌려진 섬 사이를 유유히 가로지르는 동안 왕수경 씨는 동화같은 풍광에 푹 빠져들었다.

캐나다 온타리오
(위에서 부터 아래로) 북미 지역에서는 오타와에 유일한 세계적인 요리 학교 르 꼬르동 블루. 이곳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오찬을 즐긴 김진배, 왕수경 부부. 재래시장 ‘바이워드 마켓’에는 식료품점, 카페, 레스토랑이 모여 있을 뿐 아니라 현지에서 생산된 과일과 채소도 판매한다.
아름다운 섬들을 뒤로하고 수도 오타와로 향했다. 시내로 들어서면 각종 정부청사, 대사관, 총독 관저 등이 있어서 정치, 행정의 수도 느낌이 물씬 나는 오타와는 작지만 품위가 느껴지는 곳이다. 특히 고딕 양식으로 지은 국회의사당은 오타와의 상징. 여름 저녁 놓칠 수 없는 볼거리는 국회의사당 건물 벽에서 펼쳐지는 ‘모자이카 사운드 앤 라이트 쇼(Mosaika Sound and Light Show)’로,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이미지를 빛으로 연출해 캐나다 역사를 소개하는 30분간의 쇼는 비주얼이 환상적이다.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잔디광장에서 펼쳐지는 근위병 교대식도 볼만하다. 단, 6월 중순에서 8월 말까지만 열린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자연유산인 리도 운하는 미국과의 전쟁 직후 물자 운반 수송로를 확보하기 위해 1826년부터 6년에 걸쳐 만들었다고 한다. 보트를 타고 오타와 강에서 다운타운 남동쪽으로 흐르는 길이 202km의 운하를 따라가며 강과 공원, 건물이 조화를 이룬 오타와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리도 센터 북쪽에 위치한 재래시장 ‘바이 워드 마켓’은 현지에서 생산된 과일과 야채 판매상, 식료품점, 카페, 레스토랑 등이 모여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캐나다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들른 곳으로 그때 대통령이 구입한 단풍잎 모양 쿠키는 일명 ‘오바마 쿠키’로 불리며 이곳의 명물이 되었다고.

바이워드 마켓 내 오래된 석조 건물에 자리한 ‘커티야드 레스토랑’은 온타리오 여행의 마지막 만찬 장소. “리마인드 허니문을 통해 소원을 이루었다”는 김진배 ·왕수경 부부의 말 속에 이번 여행의 의미와 가치가 모두 함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행하는 내내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아껴주는 모습에서 40여 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이들의 익숙함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문의 주한 캐나다관광청(02-733-7790, www.keepexploring.kr), 온타리오관광청(www.ontariotravel.net/kr)


김진배·왕수경 부부가 꼽은 캐나다 온타리오 허니문 BEST 5

◇ 나이아가라 폭포

관광 명소는 두 종류가 존재한다. 가서 보면 실망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 나이아가라 폭포는 당연히 후자다. 요란한 굉음과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휘몰아치는 거대한 물보라의 장관은 기대 이상의 감흥을 준다. 안개의 숙녀 호는 나이아가라 폭포와 하나가 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멋진 체험을 선사한다.


◇ 스카이론 타워

타워 외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노란색 엘리베이터가 특징인 전망대는 캐나다 폭포와 미국 폭포 중간에 위치해 두 폭포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 아래 360도 회전 레스토랑에서는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며 노을지는 저녁부터 밤이 되어 조명 빛으로 빛나는 모습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폭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토론토 건축물

파격적인 외관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을 비롯해 토론토에는 챙겨 볼만한 건축물이 많다.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온타리오 미술관과 핀란드 건축가 빌리오 레벨이 설계한 두 개의 반원형 건물이 둥글게 에워싸서 마주하는 형태의 신 시청사는 놓치지 말 것.


◇ 천섬

온타리오 호수 동쪽 끝 킹스턴에 있는 천섬은 세인트로렌스 강 위 187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백만장자 조지 볼트가 아내를 위해 지은 볼트 성이 있는 하트 섬이 가장 유명하다. 그러나 성이 완공되기 전 아내가 사망했고, 이후 방치된 섬을 국가에서 매입해 단장을 마친 후 관광객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 캐나다 국립미술관

외벽이 크리스털처럼 빛을 발하고, 광장에는 세계적인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청동 거미 ‘마망’이 서 있는 이곳은 파리 루브르, 뉴욕 메트로폴리탄 뒤를 잇는 대규모 미술관이다. 캐나다 출신 7대 자연화가 ‘그룹 오브 세븐(Group of Seven)’의 작품을 볼 수 있으며, 특히 내부의 중정, 예배당이 인상적.


에어캐나다 인천-토론토 직항, 주 3회 운항

에어캐나다는 지난 6월 인천-토론토 직항편을 첫 취항했다. 이번에 투입한 기종은 보잉 777-300으로 이규제큐티브 퍼스트 클래스(비즈니스 클래스) 42석, 이코노미 307석이다. 이규제큐티브 퍼스트 클래스는 전동마사지 기능과 180도 평면침대 변환이 가능한 좌석으로 장시간 비행에 편안함을 제공한다. 또한 다양한 기내 오락 프로그램, 기내 스탠드바, 에어로플랜 마일리지 혜택, 라운지 및 전용 접객원 서비스 등 에어캐나다의 차별화된 서비스는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줄 것이다. 주 3회(월·목·토) 운항.
문의 에어캐나다(02-3788-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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