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식 담긴 '진짜배기' 만들려고 예술 후원"

"화장품 기업이 왜 예술을 후원하느냐고요? 그 시대의 최첨단 미의식을 파악하지 못하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으니까요. 우리는 최고의 '진짜배기(本物)'를 만들고 있고, 진짜배기란 예술과 동의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방한한 이소다 아쓰시(磯田篤·56) 시세이도(資生堂) 기업자료관&아트하우스 관장은 "회사 내부에서는 비용이 많이 든다며 '예술 후원을 접자'는 이야기도 간간이 나온다. 그러나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1872년 일본 최초의 서양식 조제약국으로 시작한 시세이도는 연 매출 7000억엔(약 7조9627억원)으로 일본 화장품 업계 1위를 달리는 기업. 1919년부터 도쿄 긴자에 갤러리를 운영하며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전시했고, 1978년 시즈오카현 가케가와시에 비영리 아트갤러리 '시세이도 아트하우스'를 설립, 젊은 예술가들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장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야마모토 규진, 스다 구니타로 등 일본 근대 회화의 거장들이 이곳에서 데뷔했다. 이소다 관장은 "한국 작가 이우환도 우리 아트하우스에서 전시회를 했다"고 말했다.

창립 120주년인 1992년엔 아트하우스 옆에 기업자료관을 설립, 문화사업의 폭을 넓혔다. 화장품, 향수, 포스터 등 시세이도 관련 자료 20만점이 소장된 이 자료관은 지난해엔 아사히신문이 선정한 '성인에게 유익한 박물관' 2위로 꼽히기도 했다. 기업 자료관이 대중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건 전통이 중시되는 일본 문화 덕분이다. 이소다 관장은 "3대째 시세이도 화장품을 쓰는 가족들이 함께 와 자료관을 관람한 후 동질감을 느끼고 간다"고 했다. 1872년 만들어진 일본 최초의 처방 화장수 '오이데루민' 병, 1888년 제조된 일본 최초의 페이스트형 치약 통 등이 이곳의 대표 소장품이다.

이소다 관장은 1981년 시세이도에 영업사원으로 입사, 기업 사회책임 담당부서인 CSR실 실장, 시세이도 외식사업업체인 파라 대표이사 등을 거쳤다. "화장품이란 무엇인가" 그에게 물었다. "'여성의 생명'. 여성은 에너지를 쌓아야 할 때 공들여 립스틱을 칠하고, 힘든 하루를 내려놓을 때 정성 들여 스킨케어를 한다. 여성은 화장품으로부터 남자들은 알 수 없는 격려와 포근함을 얻는다. 우리 기업이 '생활의 예술화'를 철학으로 내거는 건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