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강하던 '죄악株(술·담배·도박 등 업종의 주식)'… 6월 이후 하락세

경기 불황 시기에 주가가 강세를 보인다는 일명 '죄악주'들이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성장률 둔화 등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죄악주들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죄악주란 술, 담배, 도박 등 정신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업종의 주식을 일컫는다.

경기가 안 좋을 때 술과 담배 소비가 늘어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증시 통념에 속하는 것. 하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자 이 같은 통념이 흔들리고 있다. 일시적으로 술·담배 소비가 늘어날 순 있어도 불황이 계속되면 소비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황 속 추락하는 죄악주

지난 6월 이후 주류 업체인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국순당 등의 주가는 일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6월 이후 20.1% 하락했고 롯데칠성 역시 10% 넘게 내렸다. 막걸리 제조 업체인 국순당도 마찬가지다. 6월 이후 주가가 18.5% 내렸다. 담배 제조 업체인 KT&G 역시 9% 이상 하락했다. 죄악주로 분류되는 카지노 업체들의 주가도 하락세다. 강원랜드, GKL, 파라다이스가 각각 23.3%, 15.4%, 16.7% 내렸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등락률(-5.7%) 및 코스닥 지수 등락률(-9.2%)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죄악주는 경기 침체기에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이기도 한다. 철강이나 반도체 같은 업종과 달리 주류나 카지노 업종은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 경기 방어주로 분류되는데, 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경우 이 같은 경기 방어주들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향후 경기 회복 전망이 불투명해지면 기호식품인 주류나 담배 소비가 더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류·담배 소비 줄고 실적도 악화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당장 써야 할 돈 이외의 지출을 줄이는 현상이 실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올해 2분기 실질소비는 지난해 2분기보다 0.4% 감소해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대표적인 기호품인 주류·담배 소비가 4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플러스를 나타냈던 월평균 주류·담배 소비 증감률이 3분기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교통, 보건, 교육 등 12개 항목별 소비지출 증감률을 봐도 주류와 담배 소비 감소가 두드러진다. 2분기 주류·담배 실질 소비지출 감소율은 -3.1%로 기타 항목을 제외하고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카지노 업체들 역시 경기 침체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고 있다.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어들자 정부가 카지노에 개별소비세와 레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소비세가 인상되면 입장객 감소로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현실은 해당 기업들의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2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감소했다. 국순당은 2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31% 줄었고 영업이익도 적자로 전환했다. KT&G 역시 2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고, 강원랜드는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문가 예상치에 못 미쳤다.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관련주들의 주가 전망 역시 불투명한 상태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비상 절전으로 인한 생산 가동 중단 사태, 현대자동차의 부분 파업 등으로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