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돌아갈 정도로 멋있어진 나라, 한국"

"제가 바라는 것은 한반도의 통일입니다. 역사적으로 하나였던 한반도가 지금까지도 분단돼 있다는 점은 사실 이해되지 않아요."

6·25 참전 용사로 미국 의회 내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인 찰스 랭글(83) 하원의원(민주당·뉴욕)은 29일 최근 남북한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뜸 "통일된 한국(united Korea)"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는 "지난 반세기 전쟁을 겪은 한국이 짧은 시간에 발전하는 기적을 지켜봤다"며 "이제는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하나가 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미국 의회 인사 초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방한 중인 그는 박근혜 대통령, 강창희 국회의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을 만났다. 2011년 방한 이후 2년여 만이다.

랭글 의원은 통일 시기에 대해서는 "경제 상황과 타이밍, 지도자라는 수많은 변수가 있는 만큼 예단할 수 없다"며 "몇 주 뒤가 될 수도 있고,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상황으로 볼 때 한반도가 다음 50년 안에는 하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랭글 의원은 "북한은 군사력을 유지하기엔 가난한 나라이고, 북한의 핵무기는 주변국을 위협하는 게 목적인데, 그런 협박이 더는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지도자가 그들이 신봉하는 체제와 한국에 대한 협박이 더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빨리 깨닫길 바란다"며 "우선 북한이 한국의 이산가족이 북한에 가서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하고 대화를 시작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랭글 의원은 1971년 미국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돼 현재 22선(選) 의원이다. 미 의회에서 위안부 결의안(2007년), 납북자 송환 결의안(2011년), 6·25 참전용사의 해 결의안(2012년), 한반도 평화 결의안(2013년) 등을 발의했다.

2003년 미 의회에 결성된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초대 의장을 거쳐 현재 명예의장을 맡고 있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그를 "한국인의 영원한 친구"라고 표현했다.

그는 "사실 한국전 이전에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는 줄도 몰랐고, 솔직히 전쟁이 끝난 뒤에는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과 미국이 이제는 더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되는 기적을 봤고, 거기에 작은 기여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랭글 의원은 빈민가의 대명사였던 뉴욕 할렘을 미국 동부의 '실리콘 밸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방한 기간 국내 IT 기업도 둘러봤다. 그는 "눈이 돌아갈 정도로 멋졌다"며 "한국의 IT 인재들과 할렘의 인재들이 서로 교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랭글 의원은 29일 서울 전쟁기념관을 찾아 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