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된 '뿌리'

번잡한 도시의 빌딩 위로, 커다란 나무 둥치가 둥실 떴다. 녹지(綠地)가 드문 거대 도시 홍콩에선 자연마저 인공적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홍콩으로 옮겨간 화가 진 마이어슨(41)은 어느 날 침사추이의 아파트 59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파트에 조성된 인공 공원의 나무가 도시를 삼켜버릴 듯 위협하고 있었다.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는 '평화로운 자연'과는 거리가 멀었다. 뿌리 뽑혀 이식된 도시의 나무들이 한국계 입양아로 뿌리를 모르는 작가 자신의 처지와 비슷했다. 진 마이어슨 개인전 'Endless Frontier'가 10월 6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왜곡된 도시 풍경 10점이 걸렸다. (02)720-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