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200명 중 137명… "우린 잡월드 패밀리"

"이번 겨울엔 뭘 주력 상품으로 해야 할까?"

"글쎄…. 올겨울도 엄청 추울 거라고 하는데 다운재킷이 인기 끌지 않을까?"

29일 오전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의류 유통 기업 '트라이씨클'의 직원 휴게실. 지난 3월 입사한 신입사원 10여명이 모여 앉아 업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심각한 표정으로 업무 얘기를 하다가도 어느새 깔깔깔 웃음이 퍼져 나간다. 이 회사 진기성 인사팀장은 "2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재원들"이라고 소개했다. 신입 직원들은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만큼 하루하루가 소중하다고 입을 모았다.

쇼핑몰 '하프클럽' 등을 운영하며 지난해 3800억원의 판매액을 올린 트라이씨클. 이곳은 지난 3월 공채에서 13명의 신입 직원 모두를 '잡월드'를 통해 선발했다. 이제 막 수습 딱지를 뗀 13명의 직원에게 잡월드는 최악의 취업난을 뚫어준 고마운 통로였다. 기업 입장에서 잡월드는 우수한 인재를 맘껏 골라잡을 수 있는 인재의 '화수분'이다. 진기성 팀장은 "하반기에도 공채를 진행할 예정인데, 잡월드가 있어 별 고민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신입 13명도 잡월드로 선발

29일 조선일보와 기업은행이 공동 운영하는 취업 사이트 '잡월드'가 취업 인원 6만명을 돌파했다. 그간 많은 중견·중소기업들이 잡월드의 도움을 얻었지만 트라이씨클은 그중에서도 눈에 띈다.

현재 근무 중인 직원 200명 중 137명이 잡월드 출신이다. 진기성 팀장은 "주거래 은행이던 기업은행을 통해 2010년 잡월드를 소개받은 후 대부분의 신입 직원을 잡월드에서 뽑고 있다"고 말했다.

잡월드를 통한 입사 지원자들은 모두 회사에 대한 이해가 깊고 뭘 원하는지를 알고 있어서 다른 경로로 지원한 사람들과 차별화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박상윤 마케팅팀장은 "회사의 대략적인 개황만 소개하는 다른 취업 사이트와 달리 회사 내부 분위기나 인재상 같은 세부 정보가 포함돼 있어서 맞춤형 인재를 뽑기에 용이하다"고 말했다.

묻지마식 지원을 한 직원들이 아닌 만큼 회사와 직원 모두 업무 만족도가 높다. 최형석 대표는 "우리 회사가 패션업종에 있다 보니 창의성, 감각, 패기, 트렌드를 보는 안목을 많이 필요로 하는데 들어오는 직원마다 하나같이 부족함이 없다"며 "회사 분위기를 밝고 화사하게 만드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

신입 직원 모두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송민후(26) 사원은 "합격 통보를 받을 때 바로 옆에 부모님이 계셨는데 그때의 기쁨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며 "딱 원하던 회사에 들어온 만큼 내 꿈을 이 회사에서 계속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정정윤(26) 사원은 "잡월드 덕분에 운 좋게 빨리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됐다"며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취업할 때 겪었던 어려움이 지금에 와선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김현지(25) 사원은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했는데 그때까지 취업에 성공하지 못해 맘졸였던 순간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요즘은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전유정(25) 사원도 "이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 자기소개서 작성부터 면접까지 정말 체계적으로 많은 준비를 했다"며 "합격 통보를 받던 순간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갖게 됐고, 이 느낌을 끝까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왁자지껄했던 인터뷰가 끝나자 신입 직원들은 이런 말을 남기고 모두 자기 책상 앞으로 달려갔다.

"우리 회사 참 좋지 않아요? 두고 보세요. 곧 의류 유통업계를 평정할 날이 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