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牛와 사랑에 빠져 만든 로맨틱 요리 어때요?"

"한국 사람들은 손님을 접대할 때면 '한우'를 찾습니다. 한우의 품질이 유럽의 다른 소고기보다 뛰어나다는 걸 알고 있었지요. 요리사라면 외국산보다 좋은 한국 식재료로 요리해 보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나요?"

서울시 용산구 N서울타워 꼭대기에 위치한 레스토랑 N그릴의 총괄 셰프 던컨 로버트슨(37)씨는 3일 출시할 예정인 '로맨틱 커플 메뉴'를 내보이며 활짝 웃었다. 영국 출신으로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의 미슐랭 2스타, 3스타 레스토랑에 근무했던 던컨씨는 2007년 자신이 총괄셰프로 근무하던 프랑스의 랑비(L'Envie) 레스토랑을 미슐랭 1스타에 올려놓은 '미슐랭 셰프'. 영국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고대 문학을 전공하다가 요리사의 길에 들어선 독특한 이력의 요리사다.

던컨씨는 요즘 '한우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부터 강원도 횡성과 강원도 평창의 대관령, 충청남도 예산 등의 대표적인 한우 농가를 직접 방문하며 한우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직접 산지에서 먹어 보고 선택한 한우 부위를 참숯에 구운 한우 스테이크, 캐비어를 올린 서양식 한우 육회 등으로 구성된 로맨틱 커플 메뉴를 개발했다.

"강원도 횡성은 좋은 품질의 한우를 만들기 위해 유전자 연구나 식이요법 연구 등 과학적인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었고, 충남 예산에서는 감자나 사과를 사료로 먹이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기르는 소에 자부심을 갖는 농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최고 품질의 한우를 찾기 위해 노력했죠."

던컨씨는 자신이 외국에서 사용했던 소고기와 한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선도'라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건초를 먹여 소를 키우기 때문에 마블링이 적어요. 2주간의 숙성 과정이 꼭 필요하죠. 하지만 한우는 그날 잡은 고기도 먹을 수 있죠." 그는 "서양에서는 30종의 부위별 명칭이 있지만 한우는 100종의 부위별 명칭이 있을 만큼 섬세하다"며 "스테이크용으로 잘 사용되지 않던 한우의 특수 부위인 토시살, 치마살 등을 요리에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던컨씨는 자신이 개발한 한우 메뉴에 버섯과 고춧가루가 뿌려진 마카로니 치즈, 누룽지 아이스크림도 함께 내놓았다. 수프에도 고춧가루를 뿌려 내놓는다는 그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질문에 "과일에 소금을 바르면 단맛이 강해지듯이 고춧가루를 뿌리면 감칠맛이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디저트 전문 파티셰인 아내 전규정(35)씨. 2005년 프랑스에서 만나 현재 2개월 된 딸을 두고 있다. 전씨는 남편의 요리 개발을 위한 자료 검색을 돕고 식재료 산지를 함께 방문하는 것은 물론, 개발한 요리를 제일 먼저 시음하고 평가한다.

던컨씨는 "간장게장과 꽃새우, 옥돔구이 등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좋아한다"고 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경상남도 통영시에서 굴을 구워 먹기도 했다. "각 지역 특산물을 먹어보기 위해서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요리사 부부의 장점 아닐까요? 그간 아내의 도움으로 한식 재료인 꽈리고추나 고춧가루 등을 요리에 접목해왔는데 제 주특기인 스테이크 요리에도 한우를 제대로 써보고 싶었어요." 그는 "최상급 한우를 찾기 위해 앞으로도 쭉 한우 농가를 방문할 예정"이라며 "한우뿐만 아니라 쑥이나 냉이 같은 나물로 만든 요리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만든 요리를 먹는 사람들이 메뉴의 제목처럼 '로맨틱'한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남은 한 조각을 서로 먹겠다고 싸우면 어쩌죠?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