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가 강해집니다, 中企가 뭉치면

"중소 두부업체의 자생력을 키워야 합니다. 대기업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라 해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처지입니다. 제품 개발, 판로 개척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대기업 주문이 끊기는 순간 바로 망하는 겁니다."

'어깨동무 협동조합' 이수천(57) 이사장은 "대기업의 시장 진입으로 위기에 빠진 중소 제조업체에 '성공의 롤모델'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출범한 어깨동무 협동조합은 이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충북 증평의 한그루식품을 비롯해 경남 양산의 동화식품, 전남 화순의 오성식품 등 중소 두부 제조업체 3개사가 주축이다. 여기에 두부 재료인 콩 생산·유통업체 2곳, 포장용 용기·필름 생산업체 2곳 등 모두 7개 회사가 참여했다. 기획 생산·공동 구매 등으로 두부 제조 원가를 낮춰 대기업 두부와 맞선다는 계획이다.〈본지 8월 26일자 B5면 참조〉 그는 "일단 2년 안에 연매출 700억원을 돌파해 두부 시장점유율을 15%로 끌어올리는 게 조합의 1차 목표"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1994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두부 제조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 칼로 한 모씩 잘라서 파는 판두부가 주력 제품이었다. 점차 포장 두부가 주류를 이루면서 이 이사장도 공장 설비를 바꾸고 신제품을 개발했다. 1998년 대형 마트인 롯데마트에도 입점하며 사업은 순조로웠다. 그런데 2005년 12월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폐지되면서 회사가 휘청거렸다. 기존에 있던 풀무원을 비롯해 두산(2004년), CJ제일제당(2005년) 등 후발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두부 사업 확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두산은 2006년 두부·김치·고추장 등 식품사업부를 대상에 매각했다.

"대기업 두부가 쏟아져 나오면서 회사가 전혀 이익을 못 내게 됐어요.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자본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대기업의 마케팅 파워를 당해낼 수가 없었죠."

그는 "대기업들은 TV 광고는 물론이고 마트에서 '1+1 증정' 같은 판촉 행사를 쏟아내는데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도저히 따라 할 수가 없었다"며 "판촉을 제대로 못 해 재고가 쌓이고 반품이 되니 중소업체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 판촉 행사에 동참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마트가 대기업 두부에 맞서 중소 두부업체끼리 연합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지난 5월 3개 업체가 '어깨동무'라는 공통 브랜드의 두부 제품을 출시했다. "처음엔 '중소기업 몇몇이 모인다고 대기업에 맞설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어요. 두 달 정도 지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롯데마트는 '어깨동무' 브랜드명과 로고 제작부터 상표권 등록 같은 법적 문제에 대한 조언까지 제공했다. 이승용 롯데마트 두부 담당 바이어는 "대기업 두부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 지역 두부업체였다"며 "중소업체끼리 규모를 확대해 비용을 아껴야만 대기업과 싸울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는 데 창안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옛날에는 내 밥그릇 빼앗길까봐 두부업체 사장들하고 밥도 같이 안 먹었지만, 중소업체끼리의 경쟁은 결국 제살깎아먹기"라고 말했다. "중소업체들이 활발한 정보 교환으로 두부 품질을 개선하고 원·부자재 공동 구매, 유통 단계 간소화로 원가를 낮춘다면 대기업 브랜드에 길든 소비자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