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후 5년] 美 금융업에서 '굴뚝산업'으로… 외국에 세운 공장들, 다시 아메리카로
입력 : 2013.09.01 22:05
[악몽은 끝났나] [1] 미국 - 금융업은 부진, 제조업은 기지개
- "다시, 공장을 옮겨라"
GE·월풀·애플 등 외국 공장, 미국 땅으로 복귀시켜
- "다시 한번, 아메리칸 드림"
월마트 CEO가 나서서 55조원 美상품 구입 추진
제조업의 부활 꿈꾸며 일자리 500만개 만들기 나서
- 강성 노조의 쇠퇴
"어떻게든 일자리 지키자" 위기 후 임금 상승세 꺾여… 미국, 원가 낮은 나라로 변해
"(외국으로 빠져나간) 일자리를 되돌립시다.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기회를 되돌립시다. (미국의) 자존심을 되돌립시다."
지난 8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오렌지컨벤션센터.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빌 사이먼 CEO(최고경영자)의 연설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와 함성이 쏟아졌다. 미국유통협회가 주최한 이날 미국 유통업계 CEO 회의에서 사이먼은 "월마트가 앞으로 10년간 미국산(made in USA) 제품 500억달러(55조원)어치를 추가로 구매하겠다"는 지난 1월의 발표를 상기시킨 후 "다른 유통업체가 동참한다면 미국산 제품 구매액은 10배인 500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오렌지컨벤션센터.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빌 사이먼 CEO(최고경영자)의 연설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와 함성이 쏟아졌다. 미국유통협회가 주최한 이날 미국 유통업계 CEO 회의에서 사이먼은 "월마트가 앞으로 10년간 미국산(made in USA) 제품 500억달러(55조원)어치를 추가로 구매하겠다"는 지난 1월의 발표를 상기시킨 후 "다른 유통업체가 동참한다면 미국산 제품 구매액은 10배인 500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미국에선 시골에 있는 공장에 취업해도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간) 지금은 아메리칸 드림 자체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표한다"면서 "(아메리칸 드림을 복원하고 중산층 진입의 기회를 늘릴 수 있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먼의 연설 직후, 노스캐롤라이나의 신발 제조업체인 카이저-로스와 양말 제조업체 렌프로는 미국에 각각 3000만달러와 1000만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해 분위기를 고취시켰다. 미국 최대 기업인 GE(제너럴일렉트릭)도 오하이오 서클빌 공장과 일리노이 공장에 30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화답했다.
◇제조업 중심으로 체질 개선
5년 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는 금융산업 주도였던 미국의 경제 체질을 제조업 중심으로 바꿔놓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집권 2기인 올해부터 제조업 부활과 산업 경쟁력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딘 베이커 경제정책연구소(CEPR) 소장은 "미국이 빚을 내 소비하는 경제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경제로 대전환(great rotation)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GE와 월풀, 애플과 캐터필러 등 주요 제조업체들은 중국과 일본, 캐나다 등지로 내보냈던 공장을 미국 국내로 복귀시키면서 '제조업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9년 12.4%로 바닥을 친 후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해 13%를 넘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미국 제조업 분석 보고서에서 "제조업의 귀환과 수출 증가로 앞으로 2020년까지 250만~50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현재 7.4%인 실업률이 2~3%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2007년 말 7284개였던 상업은행 수가 파산과 인수·합병 등을 거치며 올해 5980개로 급감하는 등 금융업은 아직 글로벌 금융 위기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은행업 종사자 수도 올해 1분기 말 210만명으로 금융 위기 이전인 2007년 말(221만5000명)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비용 경쟁력 회복이 제조업 견인차
미국 제조업의 부활 요인으로는 경쟁국인 유럽의 장기 침체와 중국의 인건비 상승, 국제 유가의 상승에 따른 수송 비용의 증가 등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셰일가스 혁명(셰일가스 시추 기술 개발로 인한 생산량 증가)으로 인한 천연가스 가격 인하와 강성 노조의 쇠퇴에 따른 임금 상승의 둔화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셰일가스 혁명에 힘입어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1㎥당 2~3달러 수준으로 일본(15~16달러)이나 영국(10달러 안팎), 독일(13~14달러) 등 다른 선진국들보다 크게 낮아졌다. 또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근로자들이 어떻게든 직장을 잃지 않으려 애쓰면서 노조의 협상력이 약해지고 임금 상승세도 꺾였다. 펜실베이니아주 요크시에 있는 할리데이비슨 공장 노조는 올해 해고수당 없이 해고할 수 있는 임시직 고용에 합의했다. 노조가 고용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양보에 나서면서 136쪽에 달했던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 간의 계약서도 58쪽으로 간소화됐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자동차연구센터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션 매칼린든은 "자동차 산업에 인력이 부족하지만 새로 고용하는 근로자의 급여는 기존 직원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BCG는 보고서에서 "낮은 인건비와 에너지 가격 덕분에 미국 제조업이 일본·프랑스·영국 등 선진국 가운데 원가가 낮은 국가로 변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제조업 부활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이먼의 연설 직후, 노스캐롤라이나의 신발 제조업체인 카이저-로스와 양말 제조업체 렌프로는 미국에 각각 3000만달러와 1000만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해 분위기를 고취시켰다. 미국 최대 기업인 GE(제너럴일렉트릭)도 오하이오 서클빌 공장과 일리노이 공장에 30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화답했다.
◇제조업 중심으로 체질 개선
5년 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는 금융산업 주도였던 미국의 경제 체질을 제조업 중심으로 바꿔놓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집권 2기인 올해부터 제조업 부활과 산업 경쟁력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딘 베이커 경제정책연구소(CEPR) 소장은 "미국이 빚을 내 소비하는 경제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경제로 대전환(great rotation)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GE와 월풀, 애플과 캐터필러 등 주요 제조업체들은 중국과 일본, 캐나다 등지로 내보냈던 공장을 미국 국내로 복귀시키면서 '제조업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9년 12.4%로 바닥을 친 후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해 13%를 넘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미국 제조업 분석 보고서에서 "제조업의 귀환과 수출 증가로 앞으로 2020년까지 250만~50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현재 7.4%인 실업률이 2~3%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2007년 말 7284개였던 상업은행 수가 파산과 인수·합병 등을 거치며 올해 5980개로 급감하는 등 금융업은 아직 글로벌 금융 위기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은행업 종사자 수도 올해 1분기 말 210만명으로 금융 위기 이전인 2007년 말(221만5000명)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비용 경쟁력 회복이 제조업 견인차
미국 제조업의 부활 요인으로는 경쟁국인 유럽의 장기 침체와 중국의 인건비 상승, 국제 유가의 상승에 따른 수송 비용의 증가 등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셰일가스 혁명(셰일가스 시추 기술 개발로 인한 생산량 증가)으로 인한 천연가스 가격 인하와 강성 노조의 쇠퇴에 따른 임금 상승의 둔화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셰일가스 혁명에 힘입어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1㎥당 2~3달러 수준으로 일본(15~16달러)이나 영국(10달러 안팎), 독일(13~14달러) 등 다른 선진국들보다 크게 낮아졌다. 또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근로자들이 어떻게든 직장을 잃지 않으려 애쓰면서 노조의 협상력이 약해지고 임금 상승세도 꺾였다. 펜실베이니아주 요크시에 있는 할리데이비슨 공장 노조는 올해 해고수당 없이 해고할 수 있는 임시직 고용에 합의했다. 노조가 고용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양보에 나서면서 136쪽에 달했던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 간의 계약서도 58쪽으로 간소화됐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자동차연구센터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션 매칼린든은 "자동차 산업에 인력이 부족하지만 새로 고용하는 근로자의 급여는 기존 직원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BCG는 보고서에서 "낮은 인건비와 에너지 가격 덕분에 미국 제조업이 일본·프랑스·영국 등 선진국 가운데 원가가 낮은 국가로 변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제조업 부활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