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오십 되니 알겠더라… 노래 잘하는 것보다 잘 전하는 게 어렵다는 걸

쉰 살 된 여자가 노래를 한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들이다. 읊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다독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우는 것 같다. 울고 있는 게 맞는다. 장필순이 11년 만에 내놓은 새 음반을 되풀이해 들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녀가 첫 앨범을 낸 것이 24년 전인 1989년. '스무 살짜리 천재 작곡가'로 불리던 김현철이 쓴 곡 '어느새'는 이 탁월한 탁성(濁聲) 가수를 단박에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세 번째 앨범부터 줄곧 조동익·윤영배와 함께 작업해온 그녀는 2002년 6집 'Soony 6'을 낸 뒤, 2005년 서울 생활을 접고 음악도 접었다. 제주 애월로 내려간 그녀는 개 6마리를 키우고 텃밭을 가꾸며 살아왔다. 그러다가 문득, 이번 음반 'Soony 7'이 나왔다. 그녀를 최근 서울 홍대앞에서 만났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도 지칠 때가 있잖아요. 이쪽(음악계) 공기에 지치는 것도 있고, 상상하던 게 많이 깨지면서 열정도 사그라지더라고요. 그래서 내려갔던 거예요." 그녀는 "도시 생활과 너무 달라서 할 일도 많고 음악에 대한 절실함이 생길 틈이 없었다. 게다가 강아지 숫자는 자꾸 불어나고"라며 웃었다.

그녀의 귀환은 2010년 10월 대학로에서 8년 만에 열린 공연 때 예견됐다. 그날 장필순은 음정이 불안하고 호흡이 짧았다. 그러나 중반을 넘기면서 그녀는 휘발되고 노래만 남는, 그녀 라이브 특유의 체험을 선사했다. 이후 장필순은 연 1회씩 공연을 하며 오랜 팬들과 만나왔다. "2010년 대학로 공연 때 '맞아, 노래한다는 게 이런 느낌이었지'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어요. 꼭 이때쯤 음반을 내려고 했던 건 아니고, 후배 뮤지션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음반을 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번 음반에는 조동익의 역할이 많이 줄었다. 대신 이규호·고찬용·박용준의 곡을 받아 불렀다. 특히 타이틀곡 '맴맴'을 비롯해 이규호 곡들에서 노래는 그녀의 혈관을 한 바퀴 돌고 나온 듯 잘 어울린다. 장필순은 이번 음반에서 한 번도 들려주지 않았던 음색을 몇 번 선보인다. 조동진 5집에 실렸던 노래 '눈부신 세상'을 다시 부를 때 절규하는 목소리는 분명 남자인데, 그녀는 "내가 부른 것"이라고 했다. 그녀 음반 중 최고로 꼽히는 6집에서조차 들어본 적 없는 음색이다. 장필순이란 가수를 알려면 아직 먼 것 같다. 그녀가 쓴 모던록 트랙 '너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는 '3호선 버터플라이'의 남상아를 떠올리게 한다. 이어서 남상아 이전에 장필순이란 멋진 여성 보컬리스트가 있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간 노래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노래를 잘하는 것보다 노래를 통해서 하고픈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해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음악적 기술이나 감정도 필요한 거죠. (조)동진 형님한테서 배운 거예요. 그게 포크 음악이기도 하고요. 기타 치면서 어제 있었던 일을 노래하는 게 포크가 아니라는 거죠."

장필순 새 노래 '그리고 그 가슴 텅 비울 수 있기를'을 혼자 있는 공간에서 오디오 스피커로 들어보길 권한다. 조동익 곡인 이 노래는 '한곡 반복' 모드로 들어야 한다. 어느 순간 장필순이 "외롭지 않니? 슬프지 않니?" 하고 묻고 있음을 알아채고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