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하면 춤부터 떠오른다? 그 편견 깨려고 아홉친구 뭉쳤다

'라틴 리듬이라니 좀 헐렁하겠지'라는 생각으로 9인조 라틴 밴드 '로스 아미고스(Los Amigos·'친구들'이라는 뜻)'의 앨범을 들었다간 귀가 번쩍 뜨일 것이다. 라마 털로 짠 실타래 한 올 없는 촘촘한 스웨터 같은 열네 곡을 들을 때 코파카바나 해변의 야자수, 카리브해의 물결 같은 것들이 눈앞에 휙휙 떠올랐다 사라진다.

기타와 드럼처럼 잘 알려진 악기부터 트레스(기타 모양의 쿠바 전통 현악기), 판데이로(브라질 전통 타악기) 등 라틴 전통 악기들의 합(合)은 흐트러짐이 없고, 세 보컬(김국찬·유하라·정란)의 하모니는 완벽했다. 이 노래들이 모두 원테이크(라이브 연주하듯 한 번의 합주로 녹음하는 것)라니….

지난주 서울 성산동 연습실에서 만난 아홉 친구는 2009년 결성 뒤 4년 만에 내놓은 첫 앨범에 대해 "라틴 리듬을 우리 대중음악 줄기에 합류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라틴 하면 음악보단 춤이다. 댄스 동호회부터 떠오르지 않나? 하하."(김국찬)

그래서 더욱 신경 쓴 것이 노랫말이다. 30~40대가 주축인 멤버들이 일상에서 건져올린 얘기들을 재료로 유하라가 쓴 가사에서 '친구'들은 "내 여린 가슴 안고 울며 밤을 지새운 날 지난 기억이 요람처럼 날 흔들어"(여자가 눈물을 흘릴 때)라며 청승을 떨다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바다에 다 묻어두고 떠나라 하네"(정동진)라고 체념하고, "매일 걸어가는 골목길에 고양이가 윙크하며 반갑다고 인사를 하네"(빨간 가방을 멘 소녀)라며 일상을 껴안는다. "'맞아, 그 시절 나도 그랬지'라고 한 번쯤 공감할, 라틴 음악 이전에 3040 감성의 노래들"이라고 최동하(드럼)는 말했다.

로스 아미고스는 실력파 보컬리스트·연주인들의 집합체다. 라틴 음악 연주팀 '코바나'에서 활동하다 '좀 더 작고 아기자기하게 가보자'고 2009년 의기투합한 9명은 작년 가을부터 앨범 작업을 해왔다. '띰바'(살사를 좀 더 격정적이고 복잡하게 바꾼 쿠바 리듬), '파르치두 아우투'(부분적으로 악센트를 가한 변형 삼바 리듬) 같은 변박을 두루 사용하는 이들의 음악은 우리가 알던 '라쿠카라차'나 '베사메무초'류보다 몇 수 위다. 거기에 우리말 운율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은 도전.

하지만 "정박(定拍)이 없어 베이스 라인을 찾지 못해 헤매다 보니 어느새 리듬 위에 올라타 있었고"(한가람·베이스), "흥에 겨워서가 아니라, 배우고 깨치며 하는 게 라틴 음악"(황성용·퍼커션)이라는 값진 배움도 얻었다.

악기와 노래로 호흡을 맞추며 허물없는 사이가 된 이 친구들. 지난봄 솔로 앨범을 냈던 정란은 "개인 활동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팀 활동으로 모조리 보상받는다"고 했다. 10월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뮤즈라이브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팀의 장기 계획 중엔 이런 게 있다. "아바나에서 리우데자네이루까지 순회 공연을 하며 한국말로 마음껏 노래하기. 그래서 '코리안 라틴'이라는 신조어를 현지에 만들기."(황이현·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