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거품 빠지자 '유령 도시' 속출… 지방 부채 20조위안(3600조원) '시한폭탄'

지난달 30일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惠州)시 자쯔루(甲子路). 2008년까지 전자부품과 생활잡화 공장이 밀집했던 이곳에는 철문을 굳게 닫은 '유령 공장'이 즐비하다. 병따개를 만들던 공장 관리인은 "2년 전에 이미 문을 닫았다"며 빨리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인근 공장 직원은 "전자부품 업체는 대부분 적자를 보고 있다"며 "1만3000여명이던 직원을 3년 만에 3000여명만 남긴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광둥성 포산(佛山)시의 의류업체 직원 리용(李勇)씨는 "수출 부진과 인건비 상승 때문에 동남아로 공장을 옮긴 의류업체가 많다"고 했다. 광둥성 둥관(東莞)시의 완구업체 사장 주다린(朱大林)씨도 "노동집약적 제조업은 이미 경쟁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광둥(廣東)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전만 해도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수출의 전진 기지였다. 그러나 의류·완구·전자부품 등 낮은 임금에 의존했던 제조업체들은 미국·유럽 등 주요 수출시장의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다.

5년 전 중국 정부는 리먼 사태로 수출이 격감하며 경제가 흔들리자 4조위안(약 72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아 급한 불을 껐다. 이후 2009~2011년 중국은 연 9%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했고, 외환 보유고도 1조2000억달러나 늘어났다. 그런데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중국 경제에 심각한 버블(거품)을 만들었다. 경기 부양책과 수출 호조 등으로 유동성이 크게 증가해 중국의 M2(광의통화)는 100조위안(1경8200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중국 경제의 3대 뇌관으로 불리는 ①부동산 거품 ②그림자 금융(규제를 받지 않는 제2금융권) ③지방 부채 등은 모두 과잉 유동성과 관련이 있다.

◇부동산 버블 심각, 유령 도시 속출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경보는 지난달 31일 기적의 초원 도시로 불리던 네이멍구 어얼둬쓰(鄂爾多斯)가 텅 빈 '귀성(鬼城·유령 도시)'으로 전락한 모습을 보도했다. 어얼둬쓰 지방 정부는 2010년 석탄 호황만 믿고 거액의 빚을 내 신도시를 건설했다. 인구 100만명 도시를 계획했지만 지금은 10만명만 입주한 상태다. 밤이면 불 꺼진 아파트가 유령처럼 서 있다. 600여명의 환경미화원은 치울 쓰레기가 없어 거리를 방황한다. 특히 시 정부는 매년 재정 수입의 두 배가 넘는 돈을 신도시 건설에 퍼부었다. 일개 지방도시의 채무가 4000억위안(72조8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도 나온다. 중국에는 어얼둬쓰 외에도 장쑤성 창저우(常州), 저장성 원저우(溫州), 랴오닝성 잉커우(營口) 등에서 '귀성'이 속출하고 있다. 실수요를 무시한 정책이 집값 폭락은 물론 지방재정 악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 주요 105개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5분기 연속 올랐다. 베이징·상하이의 부동산 가격은 이미 뉴욕·런던을 능가했다. 하지만 도시민 수입은 선진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신경보는 전했다. 부동산 거품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부동산 거품이 당장 꺼질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 중국은 52% 수준인 도시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중국 도시는 앞으로 4억명의 농촌 인구를 추가로 수용할 부동산 개발이 필요하다. 또 중국 상업은행의 전체 대출에서 부동산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값 폭락이 은행 부실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중소기업, 전당포에서 급전 조달

허난성의 대하보는 최근 "올 2분기 전당포 매출이 1분기에 비해 20%쯤 늘었다"고 말했다. 윈난성의 한 매체도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전당포가 크게 활성화했다"며 "전당포 고객의 90%가 급전이 필요한 중소기업"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전당포가 성업 중인 이유는 낙후한 금융 시스템 때문이다. 중국은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해 상장된 16개 은행이 모든 돈줄을 틀어쥐고 있다. 국유기업이나 대기업이 아니면 은행 문턱 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최근 '그림자 금융' 문제가 불거진 것도 이런 금융 시스템과 관련 있다. 중국 대형 은행은 예금의 75%만 대출할 수 있고 25%는 무수익 자산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형 은행은 이런 규제를 피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자회사 등 각종 간판의 제2금융권 회사를 만들었다. 2금융권 금융회사들은 고금리 재테크 상품으로 '돈놀이'를 했다. 은행 고객의 투자금을 유치해 부채 비율이 높은 지방 공기업, 신용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등에 대출해 준 것이다. 이들은 지방 정부와 손잡고 우리나라 저축은행처럼 프로젝트 파이낸스(PF)에도 투자해 부동산 거품 형성에 일조했다. 이런 '그림자 금융'의 규모는 20조~36조위안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0~70% 수준에 달한다. 베이징의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제2금융권 중에 실제 파산하는 곳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 은행법상 대형 은행은 제2금융권에 투자했던 돈만 손실 처리하면 연대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그림자 금융 부실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은 이런 맥락에서다.

◇중국 경제학자들, "지방 부채가 시한폭탄"

경제참고보와 샤먼(厦門)대학이 중국 경제학자 43명에게 '경제 발전의 최대 걸림돌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63%가 "지방 부채"라고 답했다. 지방 부채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그 규모와 해결 방안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심계서(감사원)가 밝힌 2010년 말 기준 지방 부채 규모는 10조7000억위안이다. 그러나 부채 상환율이나 상환연장 기록 등은 공개하지 않아 각종 의혹을 불러왔다. 현재 지방 부채 규모 추정치는 기관마다 다르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조~16조위안으로 추산했고, 샹화이청(項懷誠) 전 재정부장은 20조위안이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 부채는 대부분 사회기반시설에 투자된 경우가 많아 기대 수익률도 낮다. 갚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부동산 거품 및 그림자 금융과 연계된 것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 국가심계서는 8월 1일부터 8만여명의 인력을 동원해 지방 부채 규모를 정밀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