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린 남매가 언덕에 앉아 청춘의 열정이 넘치는 캘리포니아 라구나 비치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곳은 다양한 예술품 전시장과 개성 있는 멕시코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화사한 햇살 사이로 스며드는 사늘한 해풍(海風)은 비현실적 안도감을 안겨주며 심신(心身)을 '마비'시킨다. 그러나 펄펄 뛰어오르는 돌고래와 눈을 맞추거나 서핑보드에 몸을 싣고 집채만 한 파도 위를 떠다닐 때, 잠들었던 열정은 다시 끓어오른다. 일에 파묻혀 휴가 한번 제대로 못 가보고 한여름을 '탕진'한 20~30대라면 안식(安息)과 역동(力動)이 공존하는 9월의 미국 남캘리포니아는 최적의 휴양지다. 초가을에도 한여름 분위기가 여전해 젊은이들의 열정이 솟아나는 남캘리포니아의 4대 해안 명소를 소개한다.
◇125년 된 리조트… 코로나도 섬
코로나도(Coronado) 섬 해변은 결 고운 모래사장으로 유명하다.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순백색 모래에서는 손톱만 한 자갈 한 개 찾아보기 어렵다. 파도가 2m 안팎 적당한 높이여서 초심자들이 서핑을 배우기도 좋다. 가족 단위 관광객도 많다. 해변과 바다 모두 어린아이들이 안심하고 놀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멕시코와 인접한 캘리포니아 남부의 대도시 샌디에이고에서 연륙교(連陸橋)로 이동할 수 있다.
미국 건축사에서도 중요하게 거론되는 호텔 델 코로나도(Del Coronado)는 숙박 여부에 상관없이 꼭 들러봐야 할 명소다. 1888년 빅토리아 양식으로 완공된 이 호텔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유서 깊은 건물 중 하나. 아직도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리조트로 꼽힐 정도로 규모도 상당하다. 이 호텔의 붉은 지붕은 코로나도 해변의 상징으로 통한다. 오바마 대통령, 발명가 에디슨, 배우 채플린 등 숱한 명사가 이곳에서 여름을 보내곤 했다. 건조한 콘크리트 느낌이 전혀 없어 해변의 자연미와 하나 되는 친환경적 건물이다.
1888년 완공된 유서 깊은 리조트‘호텔 델 코로나도’는 주변 자연환경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돌고래와 춤을… 발보아 비치
미국 부호 별장이 즐비한 뉴포트 비치에서 자동차 2~3대만을 싣고 들어가는 초소형 페리를 타고 1분여 이동하면 눈앞에 빤히 보이는 발보아(Balboa) 아일랜드에 도착한다. 선착장 반대편 해변은 미국 전역에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서핑의 천국.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고래 관람선'이다. 눈앞에서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돌고래 떼는 물론 거대한 물줄기를 뿜어대는 쇠고래까지 만날 수 있다. 1인당 20달러 정도를 내면 왕복 2~3시간 코스의 배를 탈 수 있다. 1시간쯤 배를 타고 태평양으로 나아가면 돌고래 수백 마리를 만날 수 있다. 물살을 가르는 배 앞뒤에서 '점프'를 거듭하는 야생 돌고래가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두세 마리가 함께 이동하는 몸 길이 10m 이상인 쇠고래 가족의 유영(游泳)은 장관이다.
◇해수욕보단 산책… 라호이아 비치
샌디에이고 북쪽 라호이아(La Jolla) 비치는 햇살의 방향에 따라 파도에 침식된 해변 절벽이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곳이다. 캘리포니아 다른 해변에 비해 백사장은 좁은 편이지만 풍광의 아름다움은 가장 돋보인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보다 산책을 하거나 경치를 감상하며 쉬는 사람이 더 많다. 해변과 인근 바위섬에 서식하는 바다사자 수백 마리도 눈길을 끈다. 희거나 검은 바다사자가 물고기를 잡으러 바닷속으로 뛰어들거나 길게 늘어져 낮잠 자는 진귀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예술과 청춘… 라구나 비치
LA와 샌디에이고의 중간 지점에 자리 잡은 라구나(Laguna) 비치는 청춘의 활력이 예술적 감성과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바다에서는 서핑, 백사장에서는 비치 발리볼, 주변 도로에서는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젊은이가 넘쳐나지만 해안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주택가에는 동서양의 다양한 미술품이 전시된 화랑(畵廊)이 즐비하다.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마을도 있다. 누구나 참여해 그림 그리고 도자기 만들고 조각까지 할 수 있는 예술 행사도 수시로 열린다. 이 지역의 멕시코 음식 전문 식당은 캘리포니아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캘리포니아 관광청 (02)777―66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