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기어' 공개… 삼성 '손목 위 스마트 세상' 열다

삼성전자의 최초 웨어러블(wearable·몸에 착용하는) 스마트 기기인 '갤럭시 기어'가 실체를 드러냈다. 4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 템포드롬 공연장에서 열린 '삼성 모바일 언팩(Unpack) 2013' 행사에서 공개된 갤럭시 기어는 독립된 스마트 기기가 아니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와 짝을 이뤄 사용하는 '컴패니언(companion·동반) 제품'이었다. 삼성전자의 올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모델인 '갤럭시노트3'도 선을 보였다. 이 제품은 곧 출시될 예정인 애플의 '아이폰5S', 스마트폰의 강자로 다시 돌아온 소니의 '엑스페리아Z1'과 함께 올 하반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전망이다.

◇삼성,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 선도자로 나서다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13' 개막을 이틀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에는 유럽·중국·러시아·브라질 등 70여개국에서 2500여명의 기자가 몰려들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가 세계적인 관심사임을 방증했다. 행사는 베를린 템포드롬 공연장과 뉴욕 타임스 스퀘어 특설무대에서 이원 위성 생중계로 동시에 진행됐다.

'갤럭시 기어'는 '갤럭시노트3'와 연동해서 사용하는 시계 모양의 보조 기기라고 할 수 있다. 함께 사용하면 노트3의 기능이 더 확장되고, 편의성도 높아진다. 갤럭시 기어는 전화를 걸고 받을 수도 있었다. 주소록을 통해 전화를 걸 수도 있지만 음성을 인식하는 'S보이스'를 활용해 전화 수·발신과 일정·알람, 날씨 확인도 할 수 있다. 또 갤럭시 기어에서 메일, 문자가 온 것을 확인하고 스마트폰을 집어들면 스마트폰 화면에 해당 메일이나 문자의 전문이 나타났다. 음성메모 기능이 있어서 중요 대화를 녹음하거나, 떠오른 아이디어를 음성메모로 녹음할 수도 있다. 음성 녹음은 자동적으로 텍스트로 변환돼 갤럭시폰에 저장되기 때문에 나중에 텍스트 검색으로 찾아볼 수도 있다. 시곗줄에는 작은 카메라가 있어서 스틸 사진과 짧은 동영상 촬영도 가능했다. 이런 기능들은 블루투스를 통해 갤럭시노트3와 연동돼 구현됐다.

삼성전자는 25일부터 갤럭시 기어를 149개국에서 출시한다. 애플·구글·MS 등 4대 모바일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를 양산·출시하는 것이다. 이로써 '빠른 추격자'가 아닌 '혁신의 선도자'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용자 편의성 강화된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3의 특징은 '아날로그적 감성은 더 따뜻하고 풍부하게, S펜(전자펜) 사용은 더 편리하고 활용도가 높게'라고 요약할 수 있었다. 갤럭시노트3는 뒷면을 고급 가죽으로 장정한 1권의 노트 같았다. 케이스의 재질은 플라스틱이지만 가죽처럼 표면 처리가 돼 있었고 실제 촉감도 가죽과 흡사했다. 테두리도 마치 바느질로 마감한 것처럼 처리해 놓았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우리가 이룩한 최신의 혁신은 더 얇고, 더 가벼우며, 더 강하다"고 했지만, 정작 가장 눈에 띄는 진화는 하드웨어적인 면보다는 '에어 커맨더(Air Commander)' 기능이었다. 이는 S펜을 화면 가까이 갖다대고 버튼만 누르면 주요한 5가지 기능이 부채꼴 모양으로 화면에 나타나는 것이다. S펜 사용을 훨씬 편리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스마트폰을 '더 스마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기능이었다.

5가지 기능 중 참석자들의 환호성까지 이끌어낼 정도로 큰 호응을 받은 것은 '펜 윈도' 기능이다. 스마트폰으로 어떤 화면을 보다가 그 상태에서 다른 작업을 할 필요가 있을 때, S펜으로 화면상에 네모를 그리면 화면 속에 네모꼴의 작은 화면이 또 나타났다. 작은 화면 안에는 계산기나 전화걸기, 유튜브, 인터넷브라우저 등 다양한 기능을 불러내 실행할 수 있었다. 예컨대 어떤 자료를 보다가 계산이 필요하면, 그 화면에 계산기를 불러내 계산을 하는 식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태블릿 PC인 2014년형 갤럭시노트 10.1도 공개했다.

◇삼성·LG전자 혁신, 스마트 가전 대거 출품

2015년 세계 가전 시장 1위 업체에 오른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스마트 가전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LG전자는 스마트 기능을 집어넣은 냉장고·세탁기·오븐·청소기를 사용하면 삶이 얼마나 편해지는가를 보여주는 ‘스마트 존(Zone)’을 전시장에 마련했다. LG 시네마3D 스마트TV가 제공하는 ‘스마트 컨트롤 앱’을 사용해 TV를 보면서 세탁기·냉장고·오븐 등 가전제품의 작동 상태를 알 수 있다. 세탁이 끝나면 TV 화면에 세탁이 끝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팝업 창이 뜬다. LG전자는 또 원격제어가 가능한 로봇청소기 ‘로보킹’을 행사장에서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행사장에 내놓은 가전제품을 표현하는 단어는 혁신이다. 삼성전자는 용도에 따라 냉장실을 두 개로 분리한 푸드쇼케이스 냉장고, 차가운 물로도 쉽게 얼룩을 빼는 버블 드럼 세탁기, 바퀴와 본체가 따로 움직여 넘어지지 않는 모션싱크 청소기를 전시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행사에 출품한 가전제품은 약 130여종이다. 삼성전자 가전부스에선 조리 기기를 활용한 쿠킹쇼, 삼성 드럼세탁기를 두드리는 난타 공연 같은 이벤트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