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미루며 得音 정진… 4修끝에 '최고 명창'

"우승할 때까지는 결혼하지 말자 다짐했어요. 국악계에서 가장 공정하다고 소문난 임방울국악제에서 대상을 받게 돼 정말 기쁩니다."

원진주(36)씨는 임방울국악제 도전 네 번째 만에 꿈에 그리던 '임방울대상'을 품에 안았다. 스물다섯이던 2002년 문화부장관상을 받았고, 2008년과 2009년 판소리 명창부에서 준우수상만 두 차례 받았다. 이번 결선 진출자 3명 가운데 마지막 순서로 판소리 '춘향가' 중 '십장가'를 애절하게 불렀다. 춘향이 사또의 수청 들기를 거부해 곤장을 맞는 장면. "급창이 다짐받아 올리니, 사또 보시고, 네년의 일심이 얼마나 굳은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 객석에선 "얼씨구" 하는 추임새와 흥을 돋우는 박수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그에게 임방울국악제는 꿈속에서까지 그리던 무대다. 2009년 준우수상을 받은 후 "대상은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3년간 출전하지 않고 기량을 다졌다. "득음(得音)은 넘볼 수 없다고 해도, 임방울 선생의 예술 정신을 기리는 이 대회에서만큼은 꼭 큰 상을 받고 싶었다"고 했다.

원씨는 높고 낮은 음을 고루 잘 소화해서 동편제 마디의 힘 있는 소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북 김제 출신인 원씨는 서울국악예고와 이화여대 한국음악과에 다니면서 조선일보 방일영국악상 수상자인 박송희 명창에게 본격적으로 판소리를 배웠다. 대학 졸업 후 문화부 산하 해외청년문화사절단으로 스리랑카에 파견돼 100일간 우리 민요와 가락을 현지인들에게 가르쳤다. "제가 가르치는 쪽에 재능과 소명이 있다는 걸 그때 강렬하게 느꼈어요."

원씨의 수강생은 장애인이 많다. 복지 재단에서 장애인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쳤고, 국립국악원이 장애 아동을 겨냥해 진행하는 '국악소리여행' 프로그램 진행자와 강사를 지냈다. 작년부터 국립 서울맹학교에 1주일 3회 판소리 강사로 출강한다. 판소리를 전공하려는 시각장애 학생 4명에게 소리를 가르치고 있다. "청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정확하게 받아들여요. 하지만 판소리는 연기는 물론, 한문이 많은 대사를 이해해야 하거든요. 한 과정을 넘어서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 가르치면서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를 이수했고, 전남 진도의 국립 남도국악원 단원을 지냈다.

[임방울국악제 수상자 명단]

◆판소리 명창부▷대상(대통령상) 원진주▷최우수상(방일영상) 김경아▷우수상 전지혜 ▷준우수상 서정민

◆판소리 일반부▷최우수상 송나영▷우수상 황라윤▷준우수상 김율희

◆가야금병창▷최우수상 서은미▷우수상 지유정 ▷준우수상 이용우

◆농악▷대상 영남풍물연구소 풍물예술단▷최우수상 고창방장농악단▷우수상 한국농악보존회 광주시지회▷준우수상 성남오리뜰농악

◆시조▷최우수상 박은선▷우수상 서길수▷준우수상 김명남

◆무용▷최우수상 박지혜▷우수상 주현선▷준우수상 유해림

◆기악▷최우수상 오영미▷우수상 신희재▷준우수상 김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