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현장] '작전명:아장아장' 무리 없이… 차근차근… 중국 자동차 'Baby Step'으로 美 점령 나서다

지난 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미국 미시간주의 투자설명회장. 릭 스나이더 미시간주 주지사가 "미국 자동차 산업의 본고장인 디트로이트시에 중국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빅3인 GM과 포드, 크라이슬러가 모여 있는 미시간주의 최대 공업도시. 하지만 최근 재정난으로 파산선고를 해 외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스나이더 주지사는 "중국 기업들의 투자는 중국과 미국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나이더 주지사의 중국 방문은 작년과 재작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스나이더가 중국에 공을 들이는 것은 재정난을 겪고 있는 미시간주와 자동차 후진국으로 기술력이 절실히 필요한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자동차를1927만대 생산해 미국(1033만대)과 일본(994만대)을 제치고 4년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했지만, 아직 자동차 시장의 본토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중국 차의 낙후된 성능으로는 세계 강자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미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연이은 미국 자동차 메이저들의 파산은 절호의 기회가 됐다. 중국은 자금난을 겪는 포드로부터 볼보를 사들이고, 파산한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을 사들이는 등 본격적인 공략에 나섰다.

◇중국의 베이비 스텝 전략

중국의 미국 자동차 시장 공략의 키워드는 '베이비 스텝(baby step·무리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어차피 팔리지도 않을 완성차 공장을 설립하기보다는 미국 현지에 연구개발센터를 세워 성능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기술력부터 보강하겠다는 것이다.

미시간주 플리머스 외곽 산업단지에 있는 창안자동차 연구개발센터가 대표적이다. 이 센터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정리해고된 미국인 엔지니어 20명을 고용해 차체 구조와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이곳 대표인 수 홍은 "아직 중국의 엔지니어 대부분은 매우 젊고 경험이 부족하다"면서 "이들은 차를 어떻게 만드는지는 알지만, 어떻게 개발하고 발전시키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미시간 앤아버에 있는 자동차연구센터 설립자인 데이비드 콜은 "중국 자동차업체의 미국 진출은 부족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센터를 세울 때도 자동차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미국 여론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극도로 조심한다. GM과 중국에서 합작법인을 운영하는 상하이자동차는 작년 11월 디트로이트에 기술·구매·물류를 담당하는 현지법인을 세울 때 GM에도 알리지 않았다. 어떻게든 언론 노출 빈도를 높여 광고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자동차 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완성차 대신 부품업체 M&A

연구개발센터와 함께 중국이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다. 자동차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부품 업체를 인수해 기술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완샹그룹은 올 1월에 파산한 리튬이온 배터리 업체인 A123을 2억5460만달러에 샀다. 완샹 미국법인 대표인 핀 니는 "미국 현지에서 작은 씨앗을 뿌려 큰 열매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010년 11월에는 베이징에 있는 퍼시픽센추리모터스가 GM의 자회사인 넥스티어를 4억5000만달러에 매입했다. 넥스티어는 1906년 설립된 스티어링휠(운전대) 전문 업체로 전 세계에 공장 19개를 운영하고 있고, 임직원 수가 8000명에 달하는 큰 회사이다. 퍼시픽센추리는 미국의 반발을 우려해 5년간 고용을 유지하고, 미국인 경영진도 교체하지 않았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의 완성차 업체 인수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중국의 지리그룹이 2010년 포드로부터 볼보를 매입했지만, 볼보는 원래 스웨덴 회사로 스웨덴과 벨기에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넥스티어의 전 CEO인 로버트 레미너는 "중국은 선진 자동차 시장에서 첨단기술력을 갖추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미시간 지역언론인 Mlive에 따르면, 디트로이트 일대에서 연구개발센터와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중국 자동차 업체는 8곳에 달한다. Mlive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미국 진출 공통점은 일단 영업·구매조직과 연구개발센터를 디트로이트에 세우는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의 최종 목표는 자동차 생산시설을 미국에 설립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