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하음악대회 살린 '유재하 同門'

수몰(水沒) 위기의 고향마을 학교를 구하러 대처에 나갔던 동문(同門)들이 앞다퉈 달려왔다. 이 학교는 1989년 만들어져 대중음악계 유일한 창작곡 경연대회로 명맥을 이어온 24년 전통의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이 대회는 후원 중단과 재정난으로 중단 위기에 몰렸으나 가수·작곡가·프로듀서 등으로 활동하는 역대 입상자들이 달려들어 운영부터 홍보까지 안살림을 도맡아 되살렸다.

대회를 운영하는 '유재하 음악장학회'에 지난 5월 후원사 SK커뮤니케이션즈(싸이월드)로부터 '더 이상 도와주기 어렵게 됐다'는 연락이 왔다. 2005년 재정난으로 한 차례 중단됐던 대회를 2006년부터 후원해온 기업이었기에 주최 측의 위기감은 컸다. "'향후 어떻게 될지 몰라도 올해엔 열기 힘들다' '한 번 중단되면 폐지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등 어두운 전망이 쏟아졌다.

8회 대상 수상자이자 장학회 이사인 정지찬, 5회 동상 수상자 이한철 등을 통해 이 소식이 퍼져나갔고, 카카오톡에서는 대회 출신 동문 100여명이 참여하는 긴급 대화방이 생겼다. 정지찬은 11일 "'우리가 보탬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돕겠다'는 말풍선 100여개가 동시 다발적으로 쏟아졌다"고 말했다. 정지찬은 "순간 눈가에서 뜨거운 게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지난 8월 오프라인 모임에서 '유재하 동문'들은 각자 역할을 나눠 맡았다. 정지찬과 이한철이 안살림을 꾸리는 총무팀, 포스터 디자인은 박원(19회 대상), 스윗소로우(16회 대상)의 김영우·루빈(12회 은상)·박경환(14회 동상)이 이끄는 홍보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유재하음악장학회(www.yjh.or.kr) 홈페이지를 통해 24회 대회 요강이 떴다. 9월 25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은 뒤 본선 진출자를 결정하게 될 1·2차 오디션의 심사도 동문들이 참여한다. 11월 24일 예정된 본선은 해마다 유재하 모교인 한양대 백남음악관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다른 곳에서 개최될 예정.

'선배'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면서 의미 있는 변화도 생겼다. 10팀의 본선 출전자 중 본상 외에 특별 시상하는 '유재하 동문상'이 새로 생겼다. 본선 당일 후배들의 공연을 지켜본 선배들이 즉석에서 투표를 벌여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은 팀에 주기로 한 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