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해외 건설사업 40억~200억 달러 손실 우려"

SK건설 최창원 부회장이 11일 경영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부실 해외 공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4~5년간 해외 공사 입찰 현장에서 국내 건설사들끼리 과열 경쟁을 벌이다 보니 '저가·덤핑' 수주가 만연했다. 그 후유증이 올 들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SK건설은 올 상반기 2618억원 영업 손실을 냈는데 대부분 '저가 수주' 의혹을 받는 해외 현장에서 발생한 부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1년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와싯(Wasit) 가스플랜트 현장에서 1500억원, 2010년 수주한 사우디 킹 압둘라 연구센터 주거단지 건설 프로젝트에서 500억원 손실을 본 게 컸다. 두 곳 모두 예정 가격의 40~60% 선에서 낙찰을 받아 '덤핑' 논란을 불렀던 공사다. SK건설도 "해외 공사 원가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손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SK건설뿐 아니라 올 들어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도 해외 현장에서 일어난 원가 상승으로 '실적 쇼크'를 겪었다. GS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공사 현장에서 대규모 손실이 나면서 올 1분기에만 5354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삼성엔지니어링도 1분기 2198억원 영업손실을 본 후 흑자 전환을 자신했지만 2분기에도 영업손실 88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준공 예정인 미국 다우케미칼의 염소 생산 시설과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알루미늄 공장 공사 등에서만 3000억여원의 손실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파로 지난 6월에 GS건설 허명수 대표이사 사장이 물러났고, 삼성엔지니어링도 지난달 박기석 사장을 교체했다.

20년 이상 해외 플랜트 현장에서 근무한 대형건설사 한 임원은 "후발 주자일수록 기간 실적을 내야 하다 보니 저가 수주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업계에서는 저가에 공사를 따갔으니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하면서도 서로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이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외 건설 부실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1일 열린 토론회에서 "내년에 준공하는 해외 건설 계약액이 740억달러로 사상 최고액"이라면서 "여기서 40억700만∼195억6000만달러 수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해외 건설 준공 물량이 내년에 몰려 저가 수주로 인한 손실과 공사 기간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해질 수 있다"면서 "일부 건설사는 1980년대 초 해외건설 위기 때처럼 해외 공사 부실 여파로 쓰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준공 예정 금액에서 1%만 손실이 나도 8000억원을 넘는 규모"라며 "잠재 위험을 진단해 손실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