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받고 싶어 모인 가족, 왜 서로 못 잡아먹어 난리지?

"여자가 나이 들면 안 예뻐지는 게 아냐. 못생겨지는 거지."

바이올렛(메릴 스트립)은 이 말을 내뱉고 첫째 딸 바브(줄리아 로버츠)와 사위(이완 맥그리거)를 바라보면서 "니네 별거하지? 젊은 여자 때문이지?"라고 묻는다. 사위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딸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난다. 장례식에서 아버지를 땅에 묻고 돌아온 뒤 가진 가족 식사는 모녀의 고성(高聲)과 몸싸움으로 마무리된다.

존 웰스 감독의 '어거스트: 오세이지 카운티'는 가시가 촘촘히 박혀 있는 회초리 같은 작품이다. 대사들은 한 번도 그냥 어물쩍 넘어가는 법이 없이 비틀고, 꼬집고, 찌른다. 의아한 건 이 회초리에 맞은 관객들이 박수까지 치면서 웃음을 터뜨린다는 점이다. 이 영화가 상영된 토론토영화제의 한 극장 안은 시트콤에서 효과를 내기 위한 웃음 기계를 틀어놓은 것 같았다.

이 작품은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받은 트레이시 레츠의 동명 연극 각본을 각색했다. 약물중독자이자 독설가이고, 암에 걸린 바이올렛의 남편이 자살하자 그의 세 딸과 여동생 가족이 모두 오클라호마 오세이지 카운티에 모인다. 상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잠시, 가족은 서로의 비밀을 들추면서 상처를 후벼 판다. 딸은 어머니에게 쌍욕을 하고, 어머니는 모자란 아들을 조롱한다. 여기에 출생의 비밀까지 얽혀서 한국 아침 드라마보다 수위가 높은 '막장'을 보여준다. 드라마 '셰임리스'에서 이미 약물중독의 실업자 가족을 다룬 전력이 있는 웰스 감독은 극단적으로 별난 가족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메릴 스트립과 줄리아 로버츠, 크리스 쿠퍼, 베네딕트 컴버베치와 같은 배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친구면서 원수 같고, 닮고 싶지 않지만 결국은 비슷해지는 관계. 이들은 서로를 잘 알기에 상처주는 것도, 위로해주는 것도 쉽다. 서로 벌거벗은 몸은 봤지만 자존심만큼은 여전히 지키고 싶어한다. 그게 부모 자식이자 형제자매고, 부부다. 위트와 독설로 이 관계의 부조리한 특성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억지로 갈등을 봉합하지 않는다. 박장대소를 터뜨리는 관객들 사이에서 들킬세라 눈물 훔친 젊은 남자 관객부터 대놓고 눈물을 줄줄 흘린 중년 여성 관객까지 모두 이 영화에서 자기 가족의 한 단면을 본 게 틀림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