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 돈 떼일 걱정 적은 '은행 후순위채'… 보수성향 투자자도 눈길

돈을 떼일 우려로 후순위채를 멀리해 온 투자자들에게 최근 틈새 상품으로 시중은행이 발행하는 '은행 후순위채'가 뜨고 있다. 대부분 은행들이 높은 수준의 신용등급을 갖추고 있어 파산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은행 후순위채는 다른 후순위채 투자에 비해 안정성도 좋고 초과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보수적인 투자자라도 자산 배분 차원에서 관심을 가질 만하다.

◇괜찮은 안정성, 적당한 금리 매력

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최근 앞다퉈 후순위채권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에만 국민은행이 4000억원, 신한은행이 3000억원, 하나금융지주가 2500억원어치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이달 들어서도 은행권의 후순위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은행도 지난달 10년 만기 5000억원어치 후순위채를 내놓았다. 현대라이프 생명보험, JB우리캐피탈 등 2금융권에서도 200억~300억원어치의 후순위채 발행이 잇따랐다.

은행 후순위채는 주로 이표채 방식으로 발행된다. 액면가로 채권을 발행해 일정 기간마다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에 원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은행 후순위채의 매력은 연 4%대 안팎의 비교적 높은 금리다. 하나은행이 지난 5일 2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후순위채는 만기 10년에 이자가 연 3.95%였다. 같은 날 국고채 10년물 금리(연 3.7%)에 비해 0.25%포인트가 높았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발행한 후순위채 금리는 연 3.8~3.9%에서 형성되고 있다. BS금융지주는 지난달 말 7년만기 1500억원어치 후순위채를 발행했는데, 금리가 연 4.05%로 시중은행들에 비해 높았다.

후순위채는 기업이 망하면 원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투자위험이다. 파산할 경우에 다른 채권자들이 가진 채권(은행차입금, 물품대금, 일반 회사채 등)을 모두 상환하고 나서 남은 돈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채권이다.

은행 후순위채는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후순위채를 발행할 당시 받은 신용등급은 AA+였다. 국가 기간산업인 금융산업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지위를 감안하면 파산할 가능성은 일반 기업들에 비해선 낮다고 볼 수 있다. 은행 후순위채는 다른 후순위채와 마찬가지로 만기 이전이라도 증권사를 통해 환매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 등 특수한 상황에서 은행이 망하면 원금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은 여전히 유의해야 한다. 은행 후순위채의 만기가 대부분 7~10년인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5일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은행의 외화 후순위채 신용등급을 기존 'A2'에서 'Baa1'으로 두 단계 낮췄다. 무디스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정부가 부실은행을 지원할 때 후순위채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해주지 않는 정책을 택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이같은 무디스의 조정은 국내 은행 후순위채 발행 시장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상징적인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비도

은퇴를 앞둔 투자자는 은행 후순위채에서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이자를 은퇴 후 생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노후 대비 목적이 아니라도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이자를 다른 상품에 투자 자금으로 활용하거나 재투자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0년 이상 장기 채권 투자 시 이자소득 분리과세 선택이 허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세율이 38.5% 이상에 해당되는 투자자들이 절세 수단으로 활용할 만한 투자상품이기도 하다. 만기가 10년 이상인 장기채권에 투자한 후 3년 이상 보유 시 발생하는 이자와 할인액에 대해 33% 분리과세를 신청할 수 있다. 2013년 말까지 기본 자본 비율 규제강화(바젤Ⅲ)에 대비해 하반기에도 은행들의 후순위채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