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강해진 한국서 기업금융 확대해 나갈 것"

"글로벌 저(低)금리에 대비해 4년 전에 이미 비(非)이자 수익에 집중하는 것으로 경영 전략을 수정한 게 주효했습니다. DBS(싱가포르개발은행)는 올해 상반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는데, 수익 중 40%가 비이자 부문에서 나왔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태평로 파이낸스센터에서 만난 피유쉬 굽타 DBS그룹 최고경영자(CEO)는 "DBS는 대출 이외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DBS의 지속적 성장 비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저금리-저성장 여파로 올 상반기 우리나라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2조8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나 줄었지만 DBS는 상반기 중 수익 18억4000만 싱가포르달러(약 1조5700억원)를 내 작년보다 5%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순익 증가율도 6.9%에 달한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DBS그룹은 자산 규모가 3870억 싱가포르달러(약 331조원·6월 말 기준)로 우리나라의 우리금융그룹(자산 337조원)과 비슷한 규모다. 굽타 CEO는 이사회 의장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금융지주사의 회장처럼 금융그룹 전반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다.

굽타 CEO는 최근 DBS가 집중하는 세 가지 수익원으로 ▲대기업 금융의 비이자 수익원 ▲아시아 중소기업 금융 지원 ▲부자들에 대한 자산 관리를 들었다. 굽타 CEO는 "기업금융은 대출이 아니라 자금 흐름 관리, 무역금융, 금리·환율 리스크 관리 등 수수료 수익원이 나올 수 있는 비즈니스를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은행 업계는 비이자 수익이 전체 수익의 15% 선으로 저금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인 HSBC 등이 한국에서 소매 금융을 철수하는 것에 대해서 굽타 CEO는 "저금리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진 HSBC의 글로벌 전략 변경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세계적으로 소매 금융에 집중하는 은행들은 규제 당국의 자본 강화 요구와 저금리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굽타 CEO는 향후 한국에서 기업금융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굽타 CEO는 "2007년 이후 DBS 서울 지점은 매년 평균 27%씩 성장했다"면서 "한국 내 고용도 현재 60명에서 50% 이상 늘린 100여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영업 확대 이유에 대해 "최근 양적 완화 축소 우려에도 한국에 외국인 자금이 몰려오는 것은 한국의 거시경제가 강하다는 방증"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아시아 역내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이를 위한 금융 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굽타 CEO는 DBS 사상 최초로 서울에서 이사회를 열기 위해 17일까지 한국에 머문다. 이사회에는 굽타 CEO를 비롯해 이사 9명과 은행 고위 간부 20여명이 참석한다. 그는 "한국 시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한국에서 이사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한편 굽타 CEO는 인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가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우려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해 "동남아시아는 중산층 성장, 도시화 진행으로 기반 시설 수요 확대, 역내 비즈니스 확장, 기술 활용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성장 등의 메가 트렌드가 있어 장래가 밝다"고 말했다.


[DBS그룹은?]

동남아 최대 은행그룹… 15개국에 250여 지점

DBS그룹은 1968년 설립된 싱가포르개발은행이 모태인 동남아시아 최대 은행 그룹이다. 1970년대에 민영화됐으며,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한국·중국·인도 등 15개국에 250여 지점을 두고 있다. DBS그룹은 자산 규모가 3870억 싱가포르달러(약 331조원·6월 말 기준)로 우리나라의 우리금융그룹(자산 337조원)과 비슷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