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소년' 임형주… 영광과 악플의 10년

팝페라 테너 임형주(27)의 별명은 '애국가 소년'이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때 열일곱 앳된 얼굴로 애국가를 부른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 때도 여러 차례 청와대 행사에 참석, 애국가를 불렀고 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정전 60주년 기념식에서도 애국가를 선창했다. LA 할리우드 볼에서 열린 미국 이민 100주년 행사, LA 월트 디즈니홀에서 열린 광복 65주년 기념공연 등 국가 공식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른 것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애국가를 4절까지 다 외우는지 물었더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시작,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까지 쉬지 않고 내달린다.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한 얼굴이지만, 임형주는 국내 데뷔 15주년, 세계 데뷔 10주년을 맞은 고참 가수다. 그가 다음 달 6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세계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갖는다. 2003년 초 낸 음반 '샐리 가든'은 45만장이 나갔다. 이 중 8만장이 해외에서 팔렸다. 그해 뉴욕 카네기홀에서 남자 성악가 중 최연소로 데뷔 독창회를 가졌다. 이번 콘서트에선 10장 넘게 낸 음반 대표곡 중심으로 팝페라의 매력을 보여주는 공연으로 꾸민다.

"제 또래 친구들은 직장 구하느라 정신없을 나이인데, 분에 넘치는 영광을 누리고 있습니다. 물론 인터넷 악플에 많이 시달리긴 했죠. 여자 같다느니, 목소리가 짜증난다느니…. 요즘은 '근육'이 좀 생긴 덕분인지,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그는 김연아나 손연재 선수에게도 악플이 따라다니는 걸 보고, "그거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조언할 정도가 됐다.

임형주는 열두 살이던 1998년 데뷔 앨범을 냈다. 당시 인기있던 TV 가요프로그램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그 해에만 3번 나갔다. '보이 소프라노'가 없던 시절, 임형주가 맑은 목소리로 부르는 가요 '마법의 성'이나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 같은 뮤지컬 곡은 선풍적 인기를 누렸다. 예원학교를 거쳐 미국 뉴욕 줄리아드 음대 예비학교에 합격했으나, 팝페라의 길로 방향을 바꿨다. 이탈리아 피렌체 산 펠리체 음악원을 거쳐 빈 슈베르트 음대 석사연구과정에 다니고 있다. 그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국립극장 대극장 3곳에서 모두 단독 콘서트를 가진 가수나 성악가는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11년 한국신문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신문읽기 스타상'을 받았다. 신문 15종을 구독하고 있어 웬만한 뉴스는 꿰뚫고 있다. 이런 내공이 '소년등과(少年登科·젊은 나이에 과거 급제한다는 뜻으로 출세가 빠르다는 뜻)'의 한계를 넘는 데 한몫했을 것 같다. 임형주는 "기자들의 생생한 현장 취재와 지식이 녹아있는 인터뷰 기사를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팝페라는 정통 클래식 발성으로 팝과 가곡, 아리아 등 여러 장르를 팝의 느낌을 더해 부르는 장르다. 임형주는 팝페라의 종주국이 우리나라라고 했다. "1998년 워싱턴포스트가 처음 팝페라란 용어를 썼다고 하는데요. 그보다 13년 전인 1985년 '키메라'로 알려진 김홍희씨가 음반 '로스트 오페라'를 내서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누렸어요. 우리가 팝페라 원조인 셈이지요. 팝페라 30주년이 되는 2015년엔 키메라씨와 함께 기념 콘서트를 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