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웅산의 愛弟子

"두 팔을 벌려 느껴봐/ 나만의 자유로움/ swing swing swing/ I wanna swing with you/ I wanna fly with you~."

통통 튕기는 스윙재즈 피아노에 맞춰 가수가 음(音)을 발사한다. 적당히 해맑고 적당히 느끼한 보컬은 직선주로를 쭉 내달리다 팽이 돌리듯 양옆을 빙글빙글 휘젓는다. 그 곡직(曲直)의 틈을 바이브레이션이 윤활유처럼 이어준다. 오는 11월 대중과 만날 신인 남자 재즈 가수 데뷔 앨범이다. 이동우(43). 한때 '틴틴파이브' 멤버로 활약하던 개그맨, 그리고 희귀병 '망막색소변성증'을 앓으면서 앞을 볼 수 없게 된 방송인, 바로 그 사내다.

이력서에 '재즈 보컬리스트' 타이틀을 추가한 그를 23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서울 청담동 건물에서 만났다. "틴틴파이브 시절 노래를 전담할 때부터 독집 앨범 생각을 했죠. 다만 인생 경험을 충분히 했을 나이 쉰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었죠. 그후 예상치 못한 큰 변화(시력 상실)가 있었지만, 발매 일정은 훨씬 앞당겨졌네요. 하하."

가볍고 발랄한 노래를 주로 불렀던 그를 재즈로 이끈 것은 2년 전 이동우의 진행 프로(평화방송 FM '오늘이 축복입니다') 초대 손님으로 나온 재즈 가수 웅산. 재즈 문외한이었던 그는 "스님이 되려다 로커로, 다시 재즈 가수로 방향을 틀기까지 진솔한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깝게 지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고 웅산 역시 방송 후 이동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오빠는 재즈 하셔야 해요."

그때부터 이동우는 1주일에 1~2번씩 웅산에게 재즈 수업을 받았다. 허공에 음표와 박자표와 쉼표를 그렸고, 발성을 위해 몸에 힘을 빼는 법을 배워갔다. 이따금 재즈와 관련된 지식을 물어볼 때마다 돌아오는 건 '시키는 것만 하라'는 면박. 그는 "도통 뭐가 뭔지 모르던 내게 조금씩 감(感)이란 게 잡히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집 목욕탕에 들어가서 온몸의 긴장을 풀고 흥얼거릴 때 막혔던 뭔가가 트인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1년 6개월 동안 이동우를 가르치던 웅산이 올봄 이동우에게 "노래 한 곡 정도 디지털 싱글로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고, 소속사는 '차라리 정규 앨범을 내자'며 '판'을 키웠다.

잠정 타이틀은 '스마일'. 음반엔 '스윙' '이동우 보사(가제)' 등 웅산이 쓴 두 곡과 콘트라베이스와 색소폰만으로 담백하게 편곡한 '고엽(Autumn Leaves)' 등 기존 노래 아홉 곡이 실린다. SM엔터테인먼트 최초의 재즈 음반이라는 타이틀도 달았다.

이동우의 가을 이후 일정은 바쁜 걸 넘어 과로가 걱정될 지경. 우선 10월 13일 경남 통영에서 열리는 철인3종경기에 도전한다. 11월 앨범 발매 뒤엔 콘서트도 열고, 내년 3월에는 시각장애인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그의 실생활과 상당 부분 닮은)를 다룬 창작극 '내 마음의 슈퍼맨'으로 연극 무대에도 오른다. 모든 과정은 다큐멘터리 필름에 담겨 극장에서도 개봉될 예정. 비장애인으로서도 '왕성하다'는 단어로는 모자랄 이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일까? "나눔이죠. 길을 걷다 만나는 분들이 손잡고 '당신을 응원한다' '당신을 위해 기도한다'고 할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지며 다짐해요. 내 인생을 열심히 사는 게 바로 남들과 나누는 거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