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업계, 적자 탈출 위한 新사업… 경영악화 부채질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생 수 감소 등으로 국내 문구업계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수년째 영업 적자에 매출까지 감소하는 업체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외식·패션 등 신(新)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도 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어려움을 가중시킨 곳도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바른손은 최근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손실 규모도 79억원(2010년)→88억원(2011년)→129억원(2012년)으로 갈수록 커졌다. 올 들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22%나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모나미도 올해 상반기 매출이 3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3% 감소했다. 작년 상반기엔 9억원 영업이익을 냈으나 올해는 34억원 영업손실을 봤다. 올해는 '국민펜'으로 불린 모나미 153볼펜이 출시된 지 50주년 된 해이지만 축배를 들 형편이 아니다. 모닝글로리도 바른손과 모나미만큼은 아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문구업체들의 매출이 급락하는 이유는 출산율 저하로 학생 수가 감소한 것이 첫째 이유다. 여기에다 각종 전자·스마트 기기 사용이 늘면서 문구 시장 자체가 축소한 탓도 크다. 문구업계 관계자는 "4조원 규모인 국내 문구시장이 매년 10%씩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문구업체들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경영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1998년 부도가 났던 바른손을 인수한 문양권 회장은 문구업보다는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 2000년대 중반 영화산업에 진출한 데 이어, 2010년에는 베니건스를 인수해 외식업에도 손을 뻗쳤다. 지난해 기준으로 바른손 전체 매출의 72%가 외식, 25%가 문구 분야다. 이 밖에도 바른손은 나오등 소프트웨어·게임 개발,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 기업 투자, 바른손제일차유한회사 등 금융업도 걸치고 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여성 속옷인 '라펠라'의 국내 판권을 따내면서 패션 사업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이런 신규 사업들이 제대로 매출을 못 내면서 경영이 악화한 것이다. 바른손 관계자는 "베니건스는 인수할 때부터 사정이 좋지 않았는데 인수한 후 불경기로 매출이 더 하락하면서 적자 폭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1967년 송삼석 회장이 창립한 모나미도 2세인 송하경 사장으로 넘어가면서 의료산업, 애견산업, 컴퓨터 소모품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진행 중이다. 현재는 전체 매출 중 55%가 문구류, 35%가 컴퓨터 소모품류에서 나온다. 하지만 컴퓨터 소모품 사업의 실적이 좋지 않다. 모나미 관계자는 "최근에는 HP 프린터와 계약을 종료하고 삼성 프린터와 계약을 맺었다"며 "실적이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1981년 한중석 회장이 창립한 모닝글로리는 그나마 문구업을 유지한 채 취급 품목만 다양화하고 있다. 다른 두 기업보다 매출 하락도 심하지 않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