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인도 여성에게 희망 주려, 영화에 손댔죠
입력 : 2013.09.25 00:32
[50여개국 돌며 다큐 찍는 인도 독립영화 감독 카푸어]
한국·인도 수교 40주년 기념 다큐, 촬영·조명 없이 혼자 영화 만들어
성폭행 당해도 숨기만하던 인도여성 스스로 목소리 내기 시작해 반가워
자신감 넘치는 한국여성 보기 좋아
"수천년 전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가 한국의 왕(가락국 수로왕)과 결혼하기 위해 행선지도 모르면서 배를 타고 한반도로 왔어요. 그만큼 인도와 한국은 문화적으로 오래되고 공통된 이야기가 많아요."
인도 '하드 뉴스 매거진'의 아르카나 카푸어(Kapoor) 발행인은 독립영화 감독이자 작가, 지역사회 미디어 활동가다. 최근 한국·인도 수교 40주년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인도 내에서도 소외된 지역사회를 위한 비영리 기구 'SMART'를 세웠다. 2010년에는 라디오 방송국 'Radio Mewat'를 설립, 방송 활동도 병행 중이다.
인도 '하드 뉴스 매거진'의 아르카나 카푸어(Kapoor) 발행인은 독립영화 감독이자 작가, 지역사회 미디어 활동가다. 최근 한국·인도 수교 40주년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인도 내에서도 소외된 지역사회를 위한 비영리 기구 'SMART'를 세웠다. 2010년에는 라디오 방송국 'Radio Mewat'를 설립, 방송 활동도 병행 중이다.
"정보야말로 권리 강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예요." 이달 초 서울서 열린 '문화소통포럼 CCF 2013' 참석차 방한한 카푸어는 "인도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따돌림을 당하거나 돈이 없거나 자연재해 또는 테러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활동은 영화를 찍겠다고 무려 50개국 이상을 여행하며 살펴본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도 여성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번이 한국 방문 세 번째인 카푸어는 "한국에 올 때마다 겸손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인도가 현재 진행형 국가라면 한국은 현재완료형 국가예요. 서울 도심을 활보하는 젊은 여성들의 걸음걸이를 보세요. 멋있고, 자신감에 차 있고, 겁이 없어요. 관대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알고, 언제든지 일할 준비가 되어 있죠. 반면 인도는 여성들에게 해줘야 할 게 아직 너무 많아요."
카푸어는 "그래서 과거와 미래보다 '지금(here)'과 '여기(now)'를 꿰뚫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개발에 관한 300여편 이상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유다. "다큐멘터리는 투명성을 갖고 있어요. 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면 50년 전 일이라도 그 일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 보이죠. 리얼리티는 거짓과 달라요. 예를 들어 6·25전쟁에 관한 다큐를 보고 있으면 그 전쟁을 지금 겪는 것처럼 느껴질 거란 얘깁니다."
카푸어는 정식으로 영화를 배운 적은 없다고 했다. 촬영이나 조명 기술자를 따로 두지도 않는다. 핸드 카메라를 손에 직접 들고 "그 시각 그 자리에 있는 진짜 사람들(real people), 진짜 일어난 일(real things)만 찍는다"고 했다.
그녀는 "작년 말 인도 뉴델리에서 일어난 버스 집단 성폭행이 한국에도 기사로 소개돼 많은 한국인이 인도 여행이나 유학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현실과 진짜가 소통에 도움이 될까, 저 또한 자문자답했어요. 그런데 진실을 얘기해서 잃을 건 없습니다. 숨고 뒤로 물러나기에 급급했던 인도 여성들이 용기 있게 나서서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밝힐 수 있게 됐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그 사회가 잘못돼 있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카푸어는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소통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며 "알고 보면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은 미국, 한국, 인도가 똑같다"고 했다. "2008년 세계여성포럼 때 UN에서 만난 한 한국 여성은 너무 가난해서 신발조차 없었다고 했어요. 그러다 처음으로 신발이 생겨 사치품처럼 베개 밑에 넣어뒀는데 막상 신으려고 보니 이미 발이 커버려서 울었다고 했죠. 한국처럼 잘사는 나라에서도 개인은 그런 아픔을 겪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그녀는 "삶이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하면 아시아를 바꿀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고, 나아가 우리 머리 위에 드리워져 있는 거대한 유리천장을 깨부수고 새로운 여성들의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이 한국 방문 세 번째인 카푸어는 "한국에 올 때마다 겸손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인도가 현재 진행형 국가라면 한국은 현재완료형 국가예요. 서울 도심을 활보하는 젊은 여성들의 걸음걸이를 보세요. 멋있고, 자신감에 차 있고, 겁이 없어요. 관대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알고, 언제든지 일할 준비가 되어 있죠. 반면 인도는 여성들에게 해줘야 할 게 아직 너무 많아요."
카푸어는 "그래서 과거와 미래보다 '지금(here)'과 '여기(now)'를 꿰뚫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개발에 관한 300여편 이상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유다. "다큐멘터리는 투명성을 갖고 있어요. 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면 50년 전 일이라도 그 일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 보이죠. 리얼리티는 거짓과 달라요. 예를 들어 6·25전쟁에 관한 다큐를 보고 있으면 그 전쟁을 지금 겪는 것처럼 느껴질 거란 얘깁니다."
카푸어는 정식으로 영화를 배운 적은 없다고 했다. 촬영이나 조명 기술자를 따로 두지도 않는다. 핸드 카메라를 손에 직접 들고 "그 시각 그 자리에 있는 진짜 사람들(real people), 진짜 일어난 일(real things)만 찍는다"고 했다.
그녀는 "작년 말 인도 뉴델리에서 일어난 버스 집단 성폭행이 한국에도 기사로 소개돼 많은 한국인이 인도 여행이나 유학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현실과 진짜가 소통에 도움이 될까, 저 또한 자문자답했어요. 그런데 진실을 얘기해서 잃을 건 없습니다. 숨고 뒤로 물러나기에 급급했던 인도 여성들이 용기 있게 나서서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밝힐 수 있게 됐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그 사회가 잘못돼 있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카푸어는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소통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며 "알고 보면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은 미국, 한국, 인도가 똑같다"고 했다. "2008년 세계여성포럼 때 UN에서 만난 한 한국 여성은 너무 가난해서 신발조차 없었다고 했어요. 그러다 처음으로 신발이 생겨 사치품처럼 베개 밑에 넣어뒀는데 막상 신으려고 보니 이미 발이 커버려서 울었다고 했죠. 한국처럼 잘사는 나라에서도 개인은 그런 아픔을 겪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그녀는 "삶이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하면 아시아를 바꿀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고, 나아가 우리 머리 위에 드리워져 있는 거대한 유리천장을 깨부수고 새로운 여성들의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