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성장동력 찾던 대기업들… 탄소섬유 투자 러시

삼성·SK·GS 등 주요 그룹이 최근 탄소섬유와 탄소섬유복합재(CFRP, 키워드) 시장 진출을 선언하는 등 투자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미 효성과 태광은 올해와 작년 각각 공장을 준공하고 관련 제품을 생산 중이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75% 가벼우면서 강도와 탄성은 7~10배 우수한 특성을 지닌 첨단 섬유 소재다. 탄소섬유에 합성수지를 섞은 것이 탄소섬유복합재다.

주요 대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하나의 투자처에 몰리는 것은 2000년대 후반 2차전지(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 태양광사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신성장동력에 목마른 국내 기업들이 도레이 등 일본 업체가 선점하고 있는 분야에 뛰어들어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는 것이다.

◇항공기에서 자동차로 탄소섬유 확산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회사는 자금력과 기술이 있는 삼성이다. 삼성석유화학은 지난 6월 독일 SGL그룹과 탄소섬유 복합소재 사업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GS칼텍스는 지난달 "탄소섬유 생산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에 시제품 생산에 들어가 2015년까지 상업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SK케미칼은 작년 12월 일본 미쓰비시레이온과 탄소섬유복합재 생산 협력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SK케미칼이 미쓰비시로부터 탄소섬유 원료를 공급받아 생산한다는 내용이다. 미쓰비시는 일본 도레이·테이진과 함께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국내 선두주자 효성은 올 5월 연간 2000t 규모의 전주공장을 준공한 이후 증설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을 들여 1만7000t까지 생산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이 기업들이 탄소섬유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탄소섬유복합재 시장 규모는 작년 100억달러에서 2020년 250억달러(약 27조원)로 급증할 것으로 시장 조사기관에서는 내다본다. 매년 두 자릿수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현재는 보잉787과 같은 항공기 본체와 풍력발전기 날개, 낚싯대, 테니스 라켓과 같은 시장에 국한돼 있지만, 경량화를 꾀하는 자동차와 같은 대규모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2일 폐막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BMW의 전기차 i3를 선보였을 때 전 세계 소재(素材)업계가 주목한 것도 i3의 차체 상당 부분이 철이 아닌 탄소섬유복합재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었다. BMW i3는 탄소섬유복합재를 차체에 적용함으로써 차 중량을 1195㎏으로 끌어내렸다. GM의 전기차 스파크EV가 1356㎏, 닛산 리프가 1493㎏인 점을 감안하면 200~300㎏의 무게를 줄인 것이다. 차 중량이 줄면 좀 더 적은 에너지로 차를 움직인다는 의미이며 연비가 좋아진다.

김희집 엑센츄어코리아 에너지소재 대표는 "내연기관을 모터로 대체하는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가 확산할수록 차 중량을 가볍게 하려는 탄소섬유 사용량은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얼마나 내려갈지가 관건

관건은 가격이다. 현재는 탄소섬유가 철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현재 선루프 테두리를 탄소섬유복합재로 바꾸는 연구를 끝냈지만 상용화는 조금 기다려야 한다. 탄소섬유 가격이 지금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일본업체뿐 아니라 한국·대만·독일 등에서 생산설비를 늘리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현재 범용 탄소섬유 가격은 kg당 20달러대 수준. 효성 한광석 상무는 "3~5년이 지나면 탄소섬유 가격이 kg당 10~15달러 수준으로 떨어지고, 자동차 부품 등에 폭넓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섬유복합재(CFRP, Carbon Fiber-reinforced Plastic)

탄소섬유에 합성수지를 혼합한 강화플라스틱이다. 탄소섬유는 철 무게의 4분의 1 이하이면서 강도는 10배가 넘는다. 차량 무게를 줄여 연비(燃費)를 높여야 하는 자동차 업계에서 각광받는 첨단 신소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