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무기여 잘있거라… 큰 욕심은 버려야할 4분기, 담아야할 금융상품… "ELS·롱숏펀드" 추천 가장 많아

지난 추석 연휴 미국에서 들려온 소식은 국내 투자자들을 또 한 번 혼란에 빠뜨렸다. 9월부터는 미국이 돈줄을 죌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양적 완화(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것) 축소 시기가 연기된 것이다. 위기에 대비해 한껏 웅크려왔던 투자자들은 답답하게 됐다. 지금부터 주식에 투자하자니 널뛰는 장(場)이 두렵고, 그렇다고 언제까지 현금을 묵혀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가올 위험에 적절히 대비하면서 수익을 올릴 방법은 없을까?

머니섹션 M플러스는 하나·신한·국민·우리은행과 대우증권·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의 전문가 14명에게 올 4분기(10~12월)에 재테크 바구니에 '담아야 할 금융상품'이 무엇인지, 또 '버려야 할 상품'은 무엇인지에 대한 처방전을 받아봤다.

◇14명 중 12명 "국내 주식형 펀드" 권해

한국 증시는 지난 6월부터 변동성이 커지면서 뚜렷한 상승 기회는 보이지 않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로 이런 상황이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증시에 가장 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주가가 크게 반등하기도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M플러스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은 ▲큰 욕심을 버리고 ▲증시의 등락을 이용해 적절히 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찾으라고 권했다. 변동성 장세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8명이 ELS(주가연계증권) 투자를, 6명이 롱숏펀드 가입을 각각 권했다.

ELS는 코스피 200지수 등을 기준으로 삼아 만기일에 주가가 미리 정해둔 조건에 맞으면 연 4~10%대의 수익을 올리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이다. ELS를 추천한 전문가들은 "원금 손실 위험을 줄이는 방법으로 연 5~6%대의 기대수익에, '녹-인(knock-in)' 조항이 없는 ELS에 가입하라"고 조언했다. '녹-인'은 가입 기간 중간에 주가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손실이 나도록 걸어둔 조건으로, 위험이 큰 만큼 기대수익률도 높다. 전문가 2명은 코스피200과 미국 S&P500지수에 동시에 연계된 ELS투자를 권했다. "양적 완화 축소는 동시에 미국 경기가 좋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에 출구 전략에 따르는 투자 위험을 상쇄하는 의미가 있다"(유흥영 신한은행 PB팀장)는 이유였다.

롱숏펀드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사고, 동시에 떨어질 만한 주식은 공매도하면서 변동성 장세에서 수익을 올리는 공모형 펀드다. 단, 양방향 예측이 모두 틀릴 때는 두 배로 손해가 나기 때문에 운용사별로 수익률을 잘 봐야 한다. 최근 동양그룹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은행 후순위채는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꼽혔다. 은행이 망할 가능성에 비해 연 4% 정도의 수익이 괜찮다는 것이다.

◇"연말까지가 주식을 싼 가격에 살 기회"

'올 연말까지가 주식을 싼 가격에 살 기회'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양적 완화 유지가 결정된 만큼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급격하게 돈을 빼갈 가능성도 줄었다"면서 14명 중 12명이 국내 주식형 펀드를 권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의 수혜를 받는 조선·화학·철강·자동차 등 대형주 중심의 성장주 펀드 추천이 6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성장주 펀드에 대해선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코스피 2000선에서 환매가 들어오고 있다"(신혜진 한투증권 PB팀장)는 의견이 있었다. 대안으로는 중소형주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가치주 펀드와 연말 배당 시즌을 노린 배당주 펀드가 리스트에 올랐다.

전문가 5명은 외국인들의 순매수 행진으로 한껏 낮아진 환율을 투자에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앞으로 양적 완화가 축소돼 외국인 투자금이 빠지는 시점이 올 텐데, 그때 환차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 달러화 통장, 증권사 달러화 RP(환매조건부채권)가 추천 상품이었다. 이정훈 우리은행 PB팀장은 "연말 해외 유학 자녀 송금을 대비해 지금부터 달러화 분할 매수를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미국·유럽·브라질 투자 검토"

전문가 5명이 미국 주식형 펀드 가입을 추천했다. 미국 하이일드(고금리) 회사채에 투자하거나, 비교적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에 대한 자산담보부 대출로 금리를 챙기는 시니어론에 가입하라는 의견이 있었다. 향후 출구 전략 시행으로 금리가 인상되면 채권 부문에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유였다. 유럽 주식형 펀드 투자도 4명이 추천했다. 신동일 국민은행 PB팀장은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여파가 유럽 쪽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가격이 많이 오른 미국 주식보다는 유럽 주식이 괜찮다"고 했다. 다만 유럽은 "국가별로 경기회복세가 각각 다르므로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인도·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투자는 "양적 완화 축소가 지연되었다고 해서 투자금이 유입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등의 이유로 11명이 반대했다. 일본에 대한 투자도 4명이 반대했다. "소비세 인상 등 악재가 많고 성장 모델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한동안 부진했던 브라질 국채에 대해선 4명이 "환율 변동 위험이 있지만 비과세 혜택에 더해 연 10%의 금리가 매력적"(신한은행 이기헌 PB팀장)이라는 등의 이유로 투자 재개를 권했다. 금·은·동과 원유·식량 등 원자재에 대한 투자는 10명이 "변동성이 크고 가격이 하락세"라는 이유로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