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가 만난 고수] "유로존 투자 성공 여부, 경기회복 국면서 勝者 될 기업 선택에 달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시장의 변동 요인이나 경제 흐름보다는 개별 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분석하는 이른바 보텀-업(bottom-up) 투자 노하우로 명성이 높다. 각국의 상황이 천차만별인 글로벌 시장에서 총 3000억달러(약 323조원)의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피델리티에서 유럽주식투자팀을 총괄하는 미구엘 코르테 레알(Miguel Corte-Real) 이사는 머니섹션 M플러스와 인터뷰에서 "유럽 기업들은 유로존에만 기반한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어 유로존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유로존 국내총생산(GDP)보다 기업들의 실적을 구분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유럽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미국인들이 유럽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지난 1~5월에 미국에서 650억달러(약 70조원)가 유럽의 주식 부문으로 유입됐다. 자국의 자산 가격 상승으로 대체 투자처를 찾는 미국인들이 유럽에서 투자 기회를 보고 있다. 중동도 유럽 주식의 매입을 늘리고 있다."

―유럽의 회복 여부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독일이 유럽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은 세계적인 기업들로 경쟁력을 갖고 있고, 실업률도 사상 최저치로 안정돼 있다. 주목할 것은 독일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인들은 구매력이 생기면 할리 데이비슨이나 럭셔리 요트를 사지만, 독일인들은 집을 사거나 고치는 것 같은 보수적인 소비를 많이 한다. 최근 독일의 주택 판매가 늘어나면서 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 등 노동자들이 독일로 이주해 건설 부문에 취업하고 있다."

―유럽은 국가별로 투자 환경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나라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가.

"어떤 나라는 전망이 좋으니까 주식이 오를 것이고, 어떤 나라는 여건이 좋지 않아서 주식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특정 국가의 여건이 별로 좋지 않아도 우량한 기업의 주가는 오를 수 있다. 유럽을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경기 회복 국면에서 위너(winner·승자)가 될 기업들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고용이나 GDP 성장률 등 일부 경제성장 지표는 확실히 호전되지는 않고 있다.

"시장의 성과가 반드시 GDP 성장률에 따라 결정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유럽은 지난 20여년간 실질 GDP 증가율이 세계 평균을 하회했지만 기업들의 순익은 세계 평균보다 많이 뛰었다."

―유럽에서 승자가 될 만한 기업은 어느 곳인가.

"(여성복 '자라'를 만드는) 인디텍스나 홍콩상하이은행(HSBC), 알리안츠, 네슬레, SAP, 노바티스, 로쉬 같은 기업은 굴지의 회사들이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많다. 예컨대 인디텍스가 자라 매장의 트렌드를 파악해 전 세계 매장의 디자인을 바꾸는 데는 2주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일반 의류업체는 2달은 걸리는 일이다. 인디텍스는 그런 의미에서 남다른 노하우를 가진 기업이다. 독일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는 전산통합 분야의 세계적인 리더다. 금융회사 알리안츠는 자산도 굉장히 건전하고 상품들이 뛰어나다. 제약사 로쉬는 항암 쪽에서 굉장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이런 기업들도 결국은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나.

"유럽 기업들은 유로존에만 기반한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어 유로존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GDP보다 기업들의 실적을 구분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네슬레는 종업원이 30만명인데 스위스에서의 매출은 전 세계 매출의 5% 정도다. 신흥 시장에서 성장하는 소비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위치다."

―기업들에는 유로존이라는 틀이 오히려 약점이 될 때도 있다.

"정치적인 리스크가 항상 있다. 예컨대 그리스나 포르투갈이 추가로 구제가 필요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리스가 유럽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밖에 안 된다. 중국이 현재 속도로 11주 정도만 성장하면 그리스 경제가 하나 더 생긴다. 그렇다면 그리스가 추가 구제가 필요한지를 걱정하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중국이 7% 성장인지, 8% 성장인지, 또 미국의 주택 경기가 어떻게 될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중요한가. 답은 뻔하다."

―유로존 은행 부문의 구조조정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구조조정이 대규모로 이뤄졌다. 은행 부문에서 위기 전의 두 자릿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영업 환경이 예전 같지 않고, 당국의 규제가 강화됐다. 앞으로 유럽 은행들은 ROE는 낮겠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덜 감수하는 영업을 할 것이다. 자산관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은행들은 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꾸준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전형적인 예가 UBS다. 채권 사업을 접고 주식 중개도 접고 주로 자산관리, 특히 아시아 지역에 포커스를 맞춰서 성과가 좋아졌다. 크레딧스위스(CS)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채권에서 주식으로 대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보나.

"채권 쪽에서 나오는 문은 좁다. 채권에서 돈이 일시에 빠지려면 누군가 채권을 사줘야 할 텐데 그렇게 할 주체가 없는 게 문제다. 투자자들이 아직 주식이나 다른 투자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탓도 있다. 하지만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의 전환은 일어날 거라고 본다."

―주식에서 채권으로의 대전환(GR)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과거와 투자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했다. 이전에는 돈을 양탄자 밑에 묻어두지만 않으면 돈을 벌었다. 은행 예금, 단기채, 국공채, 회사채…. 어디에 넣어 놓아도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지금은 은행 예금이나 웬만한 채권으로는 물가 상승도 만회하기 어렵다. 결국은 지금보다 더 위험 투자로 가는 길뿐이다. 부동산, 하이일드(고위험 고수익 채권) 채권, 신흥국 투자 등 시간이 갈수록 더 위험한 자산에 대한 투자가 이번보다 더 많이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