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바다' 입수前… 관객은 벌써 이 작품에 빠졌다

가을만 되면 '영화의 바다에 빠져보자'고들 한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리는 '부산 영화의 전당'이 해운대와 지척이라 나오는 말이다. 다음 달 3일부터 열흘간 열리는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70개국에서 온 영화 301편이 상영된다. 그러니 무작정 '영화의 바다'에 빠져봤자 '선수'가 아니고선 물에서 허우적대다 허탕만 치고 나올 수 있다.

영화제 개막 전 이미 온라인 예매에서 전회(全回) 매진된 작품들 중 몇 편을 소개한다.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단정짓긴 어렵지만, 이들이 축제의 화제작임에는 틀림없다. 온라인 판매분의 비중은 전체 좌석의 50％ 전후이기 때문에 온라인 예매로 매진됐어도 아직 현장 판매분을 알아볼 수 있다. 29일 오후 현재 온라인 예매가 전회 매진된 작품은 스무 편 안팎이다.

①43초 만에 매진된 개막작: '바라: 축복'

개막작 키엔체 노르부 감독의 '바라: 축복'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 43초 만에 매진된 '바라: 축복'은 인도의 저명한 소설가 수닐 강고파디아이의 단편소설 '피와 눈물'을 바탕으로 감독 자신이 시나리오를 썼으며, 다국적 스태프들이 함께 작업을 한 글로벌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인도 남부지방의 전통춤 바라타나티암을 매개로,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과 자기 희생, 역경의 삶을 헤쳐나가는 여인의 강인한 의지가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펼쳐진다. 부탄의 승려이자 영화 감독인 키엔체 노르부는 "동굴수행을 하는 중이기 때문에" 개막작으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는다.

②될성부른 떡잎: '소녀' '늙은 여인의 이야기'

아시아 신인 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뉴커런츠 부문은 그야말로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들의 작품이 대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최진성 감독의 '소녀'와 알렉세이 고를로프 감독의 '늙은 여인의 이야기'는 전회 매진됐다. '소녀'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던 최진성 감독의 극영화 데뷔작으로 시골 고등학교로 전학 온 소년과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소녀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온 이들의 가슴 떨리고도 서늘한 로맨스가 미스터리처럼 펼쳐진다. '늙은 여인의 이야기'는 원 테이크 방식(편집 없이 한 번의 촬영으로 완성)으로 만들어진 실험적 영화. 병원에서 오래 지내던 어머니가 아들 내외의 집에 도착하는 장면서부터 75분 동안 치밀하게 계산된 카메라 동선과 연기자의 정교한 움직임은 원테이크 영화 미학의 정점을 보여준다. 인간의 이기적 심성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작품이다.

③부산 아니면 안 돼: '아델의 이야기' '호수의 이방인'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각각 장편경쟁 부문 황금종려상과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상을 받은 '아델의 이야기 1·2부'와 '호수의 이방인'도 인기다. 수위가 높은 동성애 장면을 담고 있는 두 작품은 온전히 개봉되기 힘들 것이란 우려 때문에 이번 영화제에서 꼭 보려는 관객들로 일찍이 매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