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0.04 05:09

LOOK

봄이 여자의 화사한 스커트에서 온다면, 가을은 남자의 중후한 트렌치코트에서 온다. 단언컨대, 이 계절에 트렌치코트만큼 남자를 돋보이게 할 패션 아이템은 없다. 트렌치코트를 입지 않은 채 가을을 보내는 남자, 모두 유죄다.


트렌치코트
1. 그레이 브라운 컬러의 줄무늬 페도라. 8만9천원 루이마르셰 2. 브라운 컬러의 사각 브리프케이스. 가격미정 살바토레 페라가모 3. 골드 컬러의 보잉 선글라스. 30만원대 폴리스 by 세원ITC 4. 버건디와 골드가 믹스된 세라믹 시계. 214만원 펜디 워치 5. 브랜드 특유의 ‘간치니(고리)’로 장식된 다크 브라운 로퍼. 가격미정 살바토레 페라가모
트렌치코트



트렌치코트에 건배!

트렌치코트
Ⓒgettyimages/multibits

트렌치코트의 시작은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trench(참호)란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트렌치코트를 걸친 최초의 모델(!)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영국의 군인들이었다. 넓은 옷자락을 손쉽게 여밀 수 있는 기다란 벨트와 견장을 달 수 있는 어깨장식, 수시로 풀었다 조일 수 있는 소매끈 같은 요소를 찬찬히 뜯어보면 얼핏 군복이 연상되기도 한다.

전쟁의 열악한 환경에서 버텨낸 이 강인한 옷은 이후 우수한 기능과 멋스러운 디자인을 인정받으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러면서 자연히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거듭했다. 패션칼럼니스트 김은정은 저서 <옷 이야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세월과 함께 무수한 변화를 겪고 살아남은 옷은 고유의 가치가 있다. 트렌치코트는 혁신적인 변화를 가해도 체통을 잘 지킨다. 트렌치코트를 특징 짓는 요소들이 현대화라는 명분으로 해체되고 색이나 길이, 디테일이 요동을 쳐도 트렌치코트는 변함없이 그 정체성을 유지한다.”

트렌치코트 최고의 가치? 그것은 어떤 차림에도 절묘하게 어울린다는 데 있다. 슈트에서부터 찢어진 데님 바지, 하다못해 원색의 트레이닝복에 이르기까지 어떤 옷과 함께해도 본분을 잃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트렌치코트는 남자의 옷장에서 빠져선 안 된다. 멋을 부리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지적이고 중후한, 책과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속 깊이 정열과 애수를 간직한 듯한 분위기는 트렌치코트를 입은 남자만의 특권이라 할 만하다. 이것이 비록 여자들의 드라마틱한 선입견이라 할지라도, 매혹적인 게 사실이다. 그 옛날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가 그랬듯이.

사실, 말이 나왔으니 얘기지만 험프리 보가트를 세기의 매력남으로 만든 팔할은 그 특유의, 깃을 빳빳이 세운 트렌치코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그가 살아 있다면, 어쩌면 그 유명한 대사는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여인의 눈동자 대신 “당신의 트렌치코트에 건배!”라고.


제품 문의 란스미어(02-542-4177), 루이마르셰(02-2164-5289), 반하트 디 알바자(02-3274-6356), 보기 밀라노(02-3447-7701), 살바토레 페라가모(02-2140-9642), 알프레드 던힐(02-3447-7701), 키톤(02-6905-3787), 펜디 워치(02-3447-7701), 폴리스 by 세원ITC(02-3445-6428), Z제냐(02-2240-6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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