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 스승은 소나무"

"때론 시골 할아버지처럼 편안하고, 때론 선비처럼 고고하게 느껴지는 소나무에 반해" 창원 이영복(75)은 70년대부터 전국 소나무 군락을 찾아 그들만 그려왔다. 홍익대 미대를 나온 그가 초지(初志)를 일관한 지 벌써 40여 년. 그의 소나무가 때론 평생 책만 읽은 선비처럼, 때론 힘 좋은 장정처럼 다양한 인격체로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겠다.

보은 속리산의 정이품송, 방태산 왕소나무, 지리산 천년송, 울진 행곡리 고송, 석파정의 고송 등 전국의 내로라하는 소나무를 그는 해마다 반복적으로 찾아 며칠씩 관찰한다. "회화적인 것만 취한다면 한 번 보고 그리면 그만이지만, 아침저녁으로 달라지는 소나무의 기상을 그려내기 위함"이다. "기가 뭉쳤다가 풀어졌다가…. 노송은 저렇게 그려야 하는 법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충북 충주의 단호사 적룡송을 그는 "내게 스승이 된 소나무"라 칭한다.

단호사 적룡송<사진>을 비롯, 소나무에 바친 그의 그림 인생을 압축하는 40여 점이 나온다. 전시는 10일부터 21일까지 조선일보 미술관. (02)724―6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