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1년새 2배로 올라(0.83달러서 1.72달러 상승)… 반도체, 4분기엔 더 좋다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의 하나가 반도체 사업의 선전이다. 올 들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1분기 1조718억원, 2분기 1조7588억원, 3분기 2조3000억원(추정)으로 계속 늘고 있다.

반도체 사업 실적이 좋아지는 것은 D램(주로 PC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거래정보사이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0.83달러였던 D램(DDR3 2Gb 1333㎒·업체들이 대량으로 구매하는 고정 거래가격) 가격은 지난달 말 1.72달러로 올랐다. 1년 사이에 가격이 2배로 오른 것이다.

◇SK하이닉스 공장 화재로 가격 상승세

D램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건 D램 업계 구조조정으로 공급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미국 마이크론이 일본 엘피다를 인수하면서 현재 D램 업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전체 점유율의 약 90%를 차지하는 3강 체제다. 한때 10여개였던 업체 수가 많이 줄어든 것이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살아남은 회사들도 과거 생산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리고 그 가격을 맞추지 못하는 회사를 도태시키던 '치킨 게임'식 증산(增産) 경쟁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물량을 쏟아내 봐야 수요 기업은 정해져 있고,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필요한 투자 비용도 막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분기 실적은 더 좋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4일 발생한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화재로 인해 D램 공급량 감소와 가격 상승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D램 고정 공급 계약은 보통 매 분기 초에 이뤄진다. 쉽게 말해 석 달가량은 미리 정한 가격에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다. 9월 발생한 화재로 공급량이 줄어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현재 고정 공급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은 상태다. 가격이 올라 재미를 보는 시점은 4분기부터라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도현우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체들이 SK하이닉스 공장 화재의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삼성전자 반도체의 4분기 영업이익을 2조9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실적 개선 기대하는 D램 업계

D램 가격 상승세로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의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SK하이닉스 공장 화재 이후 가파르게 오르는 D램 가격이 장기적으로 호재라는 것이다. 화재 피해의 당사자인 SK하이닉스가 당황한 기색이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화재로 인해 SK하이닉스의 D램 공급량이 25%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세계 D램 공급량의 8%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하지만 가격 상승으로 그 충격이 어느 정도 상쇄될 것으로 본다. D램 고정 거래가격은 화재 직전인 8월 말부터 한 달 동안 약 9% 올랐다. 또 현물가격(매일 시장에서 사고파는 소매가격)은 화재를 기점으로 30∼40%씩 올랐다. 현물가격이 상승하면 얼마 뒤 고정 거래가격이 따라 오른다.

한국투자증권 서원석 연구원은 "화재 이후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공급량을 늘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보다는 적정 공급량을 유지하며 D램 가격 상승에 주력하고 있다"며 하이닉스의 2014년 영업이익을 4조2500억원으로 전망했다. 화재 이전 전망치인 4조600억원보다 높아진 것이다.

문제는 하이닉스 화재로 인해 미국 마이크론이 다시 대규모 투자를 할 여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동안 7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보던 마이크론은 올해 3분기엔 흑자를 냈다. 여기에 반도체 가격까지 오르면 마이크론은 다시 설비를 증설할 여유가 생긴다. 한동안 뒤처졌던 마이크론이 한국 반도체 업체와 다시 주도권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전동수 사장이 최근 SK하이닉스 화재 사태에 대해 "기술력 없는 일부 업체가 이익을 보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마이크론을 포함한 외국 반도체 업체들은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업체를 따라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