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문 여는 韓國 외식업체들, 세계시장 넘본다

국내 주요 외식기업들의 미국 시장 공략이 가속화하고 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6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인 타임스스퀘어에 4층 규모(약 373㎡)의 대형 매장을 열었다. 2010년 9월 맨해튼 코리아타운에 문을 연 1호점과 달리 미국 상권의 핵심 지역에 문을 열어 현지 업체들과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11월에는 사무실 밀집 지역인 맨해튼 미드타운 52번가와 맨해튼 대표 부촌(富村)인 어퍼웨스트사이드 70번가에도 잇따라 매장을 열 계획이다.

파리바게뜨뿐 아니라 미국 내 8개 매장을 운영하는 카페베네는 작년 2월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점을 시작으로 지난 7월에는 맨해튼 내 대표적인 패션거리인 뉴욕주립패션공과대학(FIT) 인근에 매장을 열었다. 비비고와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도 미 서부의 대표적인 부촌인 베벌리힐스점 등을 포함해 총 26개 매장을 냈다. 이런 현상은 한인 시장을 위주로 편안하게 사업하던 이전과는 달라진 것이다.

그동안 국내 외식기업들은 미국에 진출할 때 한인 상가 밀집 지역이나 한인 대형마트 주변에 매장을 내왔다. 파리바게뜨도 2005년 미국 내 첫 매장을 LA 코리아타운에 냈다. 2007년 미 동부에 1호점을 낼 때도 한인 밀집 지역인 뉴저지 팰리세이드에 냈다. 2010년 문을 연 맨해튼 1호점도 코리아타운인 32번가에 있다.

매출을 내야 하는 기업 특성상 임대료가 다른 곳보다 싸고 특별한 홍보가 없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장소가 '한인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의 전략은 "교민들의 상권을 대기업들이 빼앗아 먹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파리바게뜨가 문을 연 맨해튼 3개 점포는 맨해튼 내에서도 중심 상권에 위치한다. 어퍼웨스트사이드점의 경우엔 중산층 이상만 모이는 고급 상권이기도 하다.

파리바게뜨는 이곳에서 국내 브랜드가 아닌 오봉팽, 파네라 브레드, 프레따망제 같은 현지 브랜드와 경쟁을 해야 한다.

파리바게뜨는 이를 위해 '한국식 다방' 문화를 접목해 매장에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서 바깥 경치도 구경하며 빵과 커피 등을 즐기도록 했다. 임대료가 높아 자리 회전율이 높도록 인테리어를 한 다른 베이커리 매장들과 차별화를 한 것이다.

CJ푸드빌은 미 서부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을 뚫고 있다. LA 베벌리힐스 매장에서는 가수 싸이를 통해 한식을 홍보하는 행사를 가지는 등 미국 내에서 한식과 CJ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브랜드끼리도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심장부에 진출하는 것이 수익이 나느냐는 의견도 있다. 이런 곳에 매장을 내는 것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미국 뉴욕에 매장 하나 내면 연간 운영비만 약 20억원에 이른다"며 "커피와 빵을 팔아서 운영비를 뽑아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미국 중심부로 진출하는 것은 이곳에서 성공하면 미국 내 다른 지역뿐 아니라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일대는 하루 유동 인구만 150만명에 달한다. 미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이다.

특히 국내 외식업계 시장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출점 제한 등으로 막혀 있다. 이 상황에서 성장을 위해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고, 그 첫 관문이 미국 중심부라는 것이다. 정태수 파리크라상 대표이사는 "한국에서도 명동에 매장을 낼 때는 수익을 낸다기보다 홍보 및 고객층 분석 등의 다른 효과를 보고 낸다"며 "맨해튼 3개 매장은 다른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