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양극화… 16개 중 3개만 설정액 2천억 넘어

출범한 지 22개월이 된 한국형 헤지펀드들의 성적이 벌써부터 양극단으로 갈리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현재 14개 운용사가 27개를 운용하고 있다. 일부 펀드는 설정액이 3000억원, 누적 수익률 30%를 목전에 두고 있는 반면, 실적을 공개한 헤지펀드 16개 가운데 설정액이 500억원 미만인 펀드가 8개나 되고,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는 2개다. 실적이 좋지 않아 청산된 펀드도 5개나 된다.

◇20% 가까운 수익률 올려

올 들어 헤지펀드 실적은 신한BNP자산운용과 브레인자산운용이 돋보였다. 연초 이후 9일까지 신한BNPP명장아시아ex-재팬주식롱숏은 수익률 18.0%, 브레인백두는 16.1%를 올렸다. 브레인백두는 지난해 9월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 29.9%로 30%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H클럽멀티스트레티지도 수익률 10.8%를 기록해, 연초 이후 수익률 10% 이상을 달성한 펀드는 총 3개였다.

브레인은 백두·태백 두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그중 태백의 설정일(올해 3월) 이후 누적 수익률은 6.9%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1.8%의 4배에 가까웠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H클럽오퍼튜니티와 삼성H클럽에쿼티헤지도 수익률 8~9%로 우수한 실적을 거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등락을 반복하다 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미래에셋플렉서블오퍼튜니티는 연초 이후 -6.2%로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스마트Q토탈리턴의 수익률은 0%, 신한BNPP명장한국주식롱숏과 미래에셋스마트Q아비트라지는 2% 수준의 수익률을 올렸다.

다만 헤지펀드가 새로운 상품으로 각각 다른 전략을 쓰다 보니 스타일 차이 때문에 수평 비교가 어렵다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일부 펀드는 채권에 투자하는 만큼 기대 수익률이 높지 않고, 안전 위주의 차익 거래를 주목적으로 하는 펀드도 있다. 투자할 때는 펀드의 투자 방식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플렉서블오퍼튜니티는 시스템에 의해 자동적으로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데, 매매 설계가 등락이 심하지 않았던 국내 주식시장에 적합하지 않았다"며 "최근 설계를 주식시장 흐름에 맞게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Q토탈리턴은 채권에 투자하는데, 시중금리 인상으로 수익이 좋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헤지펀드 실적 양극화

한국형 헤지펀드는 올해 들어 설정액이 늘면서 시장이 정착되고 있다. 브레인자산운용은 태백 헤지펀드를 새로 만들면서 설정액이 총 3300억원 늘었고, 삼성자산운용은 2000억원 증가했다. 기관투자자와 개인의 자금이 몰리면서 설정액이 2000억원 이상인 펀드는 3개가 됐다. 브레인자산운용의 백두와 태백은 설정액이 각각 2319억원, 2943억원으로 다른 펀드보다 많았다. 대신자산운용이 지난 1일 출시한 대신에버그린롱숏은 기관 자금을 모으며 설정액 1000억원으로 출시되기도 됐다.

설정액이 500억원에도 못 미치는 헤지펀드는 8개이다. 이 중 설정액이 100억원대인 펀드는 2개, 200억원대인 펀드도 2개다. 실적을 공개한 16개 펀드의 평균 설정액은 825억원이다. 몇몇 헤지펀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지금까지 헤지펀드 총 5개가 사라졌다. 설정액이 적고 수익률도 좋지 못했던 펀드들이다. 이 중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개씩 출시했던 헤지펀드를 없앤 뒤 새로운 펀드를 출시하지 않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 관계자는 "경험 부족으로 실적이 기대보다 낮아 더 준비를 한 후 출시하기로 결정했다"며 "현재 외부에서 인력을 충원하는 등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주식·원유·금·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전체 금융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한 사모 펀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