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문화적 틈새, 도서관 통일로 메워야 한다

"남북한은 정보 수준에 엄청난 격차가 있다. 통일을 전후해 북한 도서관 사서들을 교육하고 부족한 장서와 데이터베이스(DB)를 갖추게 지원하면서 서울과 평양 도서관이 균일한 도서 목록을 보유하도록 해야 한다."

클라우스 자우어(Saur·72) 독일 훔볼트대 명예교수는 15일 국립중앙도서관이 개관 68주년을 맞아 주최한 심포지엄 '도서관에서 시작하는 한반도 문화 통일'에서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동서독 도서관 통합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14일 주한 독일문화원에서 만난 그는 "분단의 문화적 틈새를 메우고 혼란을 줄이려면 '도서관 통일'이 중요하다"면서 "남북한 당국 또는 민간이 파트너가 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독일 국립도서관은 1991년 프랑크푸르트 독일도서관과 라이프치히 독일도서관이 병합돼 탄생했다. 베를린 주립도서관도 같은 해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에 있던 두 도서관이 합쳐진 것이다. 서독의 바이에른은 동독의 튀링겐을, 서독의 니더작센은 동독의 작센을 후원하는 식으로 동독 도서관 사서들을 교육했다. 1945~1990년 사이에 동독 도서관들이 구비하지 못한 장서들도 채워넣으면서 서독 표준에 맞춰 정비한 것이다."

자우어 교수는 독일 통일과 국립도서관 통합의 현장을 목격한 독일 도서관계의 산증인이다. 유럽에서 손꼽히는 인문서 출판사 '발터 드 그러이터'를 경영했고, 1978년부터 2011년까지 독일 국립도서관위원회 위원과 의장을 지냈다. 그는 "1950년대부터 서독과 동독 서적협회가 부정기적으로 교류했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성과는 미미했다"면서 "결국에는 통일이 이뤄진 다음에야 도서관 통합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우어 교수는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이 도서관에서 받게 될 문화·정보 충격에 대해서는 "크게 근심할 일은 아니다"고 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광복과 함께 조선총독부도서관의 간판을 내리고 국립도서관으로 명칭을 바꿔 1945년 10월 15일에 문을 열었다. 15일 심포지엄에서는 탈북 주민이 전하는 북한 도서관 실태, 주한 독일문화원 도서관장의 평양 도서관 방문기 등도 소개됐다. 남북한 언어 차이를 극복하는 것도 독일 도서관 통일과는 다른 과제라는 지적이다. 자우어 교수는 "통일 전 서독에서는 연간 100만종, 동독에서는 4만종이 출간됐는데 남북한은 그 격차가 커서 더 험난한 통합 과정을 겪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한국 정부와 국민의 부담이 클 것이다. 막대한 통일 비용을 지불하겠지만 북한에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 언젠가 그 이익이 돌아온다. 당장은 불편하고 힘겨워도 감수해야 할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