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자금 3조원 대기"… 한국증시 最長순매수 '눈앞'

외국인 순매수 연속 신기록이 수립될까?

15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3233억원어치를 순매수(주식 매수에서 매도분을 뺀 것)하며 33거래일째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누적 외국인 순매수 금액만 11조6000억원이다.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월 20일부터 3월 3일까지 이어진 34거래일 연속 순매수이다. 만약 17일까지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진다면 신기록이 만들어진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은 15일 종가 기준으로 429조1276억원(32.5%)을 기록, 7거래일 연속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1998년 바이 코리아'와는 상당히 다르다

최근 외국인의 '신(新)바이 코리아'는 1998년 때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우선 자금의 성격이 다르고,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1998년에는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 아시아 각국의 환율이 급등하자 환차익을 노린 핫머니(단기 투기성 자금)들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에 쏟아져 들어왔다. 이 때문에 당시 종합주가지수는 단숨에 50%가량 급등했다. 그러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고 환율도 안정세를 보이자 외국인들은 98년 5~6월 사이 422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는 등 곧바로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로 인해 주가지수는 다시 반 토막 나면서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선 개인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

하지만 이번엔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는 기간 동안 코스피가 9% 상승에 그칠 만큼 주가의 움직임이 둔한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증시의 덩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시 외국인 순매수 금액(3조2500억원)은 시가총액 대비 3.5%에 달했지만, 이번 순매수 금액은 1% 남짓이다. 또 장기 투자 성향이 강한 미국계 자금이 외국인 순매수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98년과 같은 '먹튀'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 상황도 사뭇 다르다. 1998년엔 글로벌 위기의 완화 국면에서 외국인들의 매수가 지속했다면, 이번 순매수는 신흥시장 전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유독 한국으로 외국계 자금이 흘러들어오고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외국인 매수세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을 보고 들어온 '투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기' 목적이었던 98년과 달리 금세 빠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들어올 외국인 자금이 3조원?

최근의 공격적인 매수세에도 올 들어 외국인의 연간 누적 순매수는 3380억원에 그치고 있다. 연초 뱅가드 변수(미국 펀드 뱅가드가 한국을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분류하면서 자동적으로 투자분 9조원어치를 매도한 것) 탓에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진 까닭이다. 따라서 국내 주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수 여력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세원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시장과 관련된 4대 펀드(일본 제외 아시아·글로벌이머징마켓·글로벌·퍼시픽)를 합쳤을 때, 현재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은 7.8%"라면서 "역사적 평균치인 8.2%까지 늘어난다고 보면 3조원가량의 추가 매수 여력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더 살 수 있다'는 근거는 외국인 지분율에서도 찾을 수 있다. 최근 코스피 내 외국인의 보유 지분율은 2007년 하반기 이후 처음으로 35%를 넘어섰다. 국내 시장의 전면 개방 후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04년 4월로, 당시는 43.9%에 달했다.

반면 좀 더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세는 미국의 양적완화(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것) 축소 움직임 속에서 한국은 그나마 '괜찮다'는 외국인 시각이 반영된 결과"라며 "하지만 3분기 기업 실적이 좋지 못할 경우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