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성장 둔화 우려에… 올해 中펀드서 1조5천억 빠져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대세론'을 믿고 기다리던 투자자들이 탈출 버튼을 누르고 있다.

중국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지난 2007~2008년 중국 펀드 열풍부터 최근 중국 소비 관련주 테마주로 이어지며 명맥을 이어왔다.

중국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쳤던 탓일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 관련 펀드와 주식 모두로부터 투자자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중국 펀드에서 1조5000억원 유출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 펀드(ETF 제외)에서는 1조4984억원이 순유출됐다. 시진핑 주석의 새 정부가 출범하며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전망에 올해 초 반짝 돈이 몰렸던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중국 관련 ETF에는 지난 1월 2000억원가량이 유입되는 등 올해 5월까지 2200억원이 들어왔지만, 6월부터는 자금 유출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펀드 성적은 사실 올해만 놓고 보면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지난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0%가 넘고, 6개월간 6%대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성적(3개월 8.2%ㆍ6개월 3.4%)보다 성과가 좋다. 하지만 지난 2007~2008년 중국 펀드 열풍이 불었을 때 올인했던 투자자들은 원금 회복은커녕 여전히 손해를 보고 있다. 중국 펀드는 최근 3년 동안 평균 8%대 손실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펀드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돈이 썰물처럼 빠졌다. 지난해에는 1조4400억원 중국 펀드를 이탈했고, 2011년에는 2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중국 펀드에 등을 돌렸다.

◇잘나가던 중국 소비주 울상

중국 소비에 관련된 국내 상장주들, 일명 '중국 소비주'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철강·기계·화학 등 전통적인 중국 수혜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작년 하반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달려왔지만 기대 이하의 실적 탓에 관련주 주가가 올 들어 많이 하락했다.

브랜드숍 화장품 미샤를 운영하고 있는 에이블씨엔씨는 반년 동안 주가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에이블씨엔씨의 주가는 올해 초 8만원을 돌파했지만, 현재는 3~4만원대를 오가고 있다.

같은 기간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빙그레와 농심은 각각 30.5%, 25.7% 떨어졌다. 오리온은 24.3% 내렸고, 밀폐용기업체 락앤락은 10.6% 하락했다. 중국 임플란트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도 17.6% 내렸다.

증권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 덕분에 중국 소비주 주가가 미리 올랐는데, 기업 실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주가가 내렸다고 해석했다.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지난 2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적자전환했다.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

중국 투자가 시들해진 것은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올해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7.7%, 2분기 7.5%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는 5분기 연속 7%대 성장을 했다. 중국은 오는 18일 3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한다. 리 웨이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지표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을지는 몰라도, 실물경기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며 "4분기에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8%로 올라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도 복병으로 등장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나빠지면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경제에는 악재다. 성연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음 달 열리는 중국공산당 제18차 3중전회(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국 정부가 어떤 경제 정책을 내놓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