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현장] "집시도 오라"… 獨走하는 독일 경제

지난 5일 오후 세계 3대 축제로 불리는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현장. 맥주 제조사들이 설치한 대형 텐트 14개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하루 평균 38만여명이 축제 현장에 몰렸는데, 참가자들에게선 두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손에는 1ℓ짜리 맥주잔이 들려 있고, 독일 바바리아주의 전통 의상(위 사진)을 입고 있는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전통 의상은 나치(Nazi) 이미지와 연결돼 금기시됐는데, 어느새 옥토버페스트에서 '머스트-해브(must have)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독일 최대 전통 의상 제작사인 앙게어마이어 대표는 최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지난해 전통 의상이 1만6000벌 팔렸다"며 "2002년보다 판매량이 750% 증가했다"고 밝혔다. 뮌헨대학 시몬 에거 교수(유럽 민속학 전공)는 "독일 전통 의상의 인기는 '발전하는 독일'에 대한 국민의 자신감을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일손 부족한 독일에 외국인 몰려

이탈리아와 스페인 정치권에선 '청년 실업률 50%'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지만, 독일에서 실업률은 논쟁의 대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해 9월부터 최근(8월 현재)까지 실업률이 5.2~5.4%대로 저공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통계청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같은 기간 프랑스의 실업률은 독일의 2배에 달하는 10.4~11%를 기록했고, 스페인과 그리스는 25%를 웃도는 실업률을 나타냈다.

독일은 경제 활황 덕에 일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독일엔지니어협회는 지난달 29일 "엔지니어가 3만6000명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독일 언론 슈피겔은 독일엔지니어협회가 일손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전국의 고등학교를 방문해 엔지니어의 장점을 홍보하는 행사를 1000회 이상 진행했다고 전했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독일로 몰려들고 있다. 독일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108만여명이 독일로 이민했다. 이는 2011년보다 13% 증가한 수치이며, 1995년 이후 최대치로 기록됐다. 독일고용주협회(BDA)의 폴커 한젠(Hansen) 박사는 "1960~1970년대 서독의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통일 후 일자리를 놓고 외국인과 내국인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면서 독일 정부가 체류 외국인에 대한 검증을 강화했지만, 일손 부족으로 또다시 외국인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서독 정부는 1960~1970년대 전후 재건을 위해 초청노동자(Gastarbeiter) 제도를 시행해 터키인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광부, 간호사 등 전 세계 노동자들을 독일로 불러들였었다.

독일의 '일자리 자신감'은 집시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선 집시 추방에 열을 올리는 반면 독일에선 집시들을 쫓아내는 대신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 회복 기조 갈수록 탄탄

독일 경제는 실업률뿐 아니라 대다수 경제지표에서 완연한 경기 회복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일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내년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1.4%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수치는 지난 7월 예측치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다.

독일 기업 임원들도 독일 경제의 앞날을 밝게 내다보고 있다. 최근 독일 뮌헨에 있는 IFO 경제연구소는 기업환경지수(BCI)가 5개월째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BCI는 독일 내 7000여개 기업 임원들을 조사해 산출하는 지수로 향후 6개월간 독일 기업 경기를 전망하는 선행지표로 이용된다. BCI 100을 경계로 100을 웃돌면 경기 상승을, 100을 밑돌면 경기 하향을 의미한다. IFO 경제연구소는 지난 9월 독일의 BCI가 107.7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투자 심리 지표도 크게 상승하고 있다. 독일 유럽경제연구센터(ZEW)에 따르면 9월 투자 신뢰 지수는 49.6을 기록했다. 이는 3년 5개월 내 최고치다. 클레멘스 퓌스트 ZEW 센터장은 "경제 전문가들은 독일 경제가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본다"며 "유로존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독일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