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ETF(파생상품으로 기초지수를 따르는 ETF), 상장 2달 지났지만 투자자 '싸늘'

합성ETF(상장 지수 펀드)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지 2달 반이 지났지만, 기대와 달리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차갑다. 일 거래량이 100주에도 못 미치는 날이 흔할 정도다.

유럽과 홍콩 등 선진 시장에서는 전체 ETF 가운데 합성ETF가 각각 38%와 35%를 차지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반응은 미진하다. 전문가들은 세금 문제로 고액 자산가는 해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하고, 환율 측면에서도 국내 합성ETF보다 직접 투자가 더 나을 수 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거래량 단 1주뿐인 날도 있어

합성ETF는 지난 8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KINDEX 합성-선진국하이일드(H)·KINDEX 합성-미국리츠부동산(H) 등 2종목을 상장하면서 도입됐다. 이달 10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합성-MSCI US리츠(H)를 상장하면서 상장된 합성ETF는 총 3종목이 됐다.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거래량이다. 'TIGER합성-MSCI US리츠(H)'는 상장된 지 얼마 안 돼 일 거래량이 200~300주씩은 되지만, 다른 ETF 2개는 일 거래량이 100주도 안 되는 날이 많다. 'KINDEX 합성-선진국하이일드(H)'는 지난 2일 거래량이 단 1주에 불과했다.

거래량이 계속 부족하면 상장폐지될 가능성도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상장 1년이 지난 ETF 상품 가운데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이거나 최근 6개월간 일 평균 거래대금이 500만원 미만인 경우 관리종목 지정 후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다. 'KINDEX 합성-미국리츠부동산(H)'는 이달 10일에 22주 거래됐는데, 이날 거래대금은 104만원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합성ETF 출시를 준비하던 삼성자산운용은 상장 속도를 늦췄다. 삼성자산운용은 미국바이오테크와 MSCI선진국 지수 등 여러 대상을 놓고 합성ETF 상장을 검토했지만, 일단 미국바이오테크 합성ETF 하나만 상장신청서를 냈다. 나머지 상품은 향후 상황을 봐 가며 출시를 결정할 방침이다.

◇세금도 불리하고 수익률 낮아

전문가들은 합성ETF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로 세금 문제와 부진한 수익률을 꼽는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합성ETF를 거래하면, 매도할 때마다 매매차익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같은 지수를 따라 수익을 내는 해외 증시 상장 ETF를 매매하면, 1년간 실적을 합산해 단 한 번만 세금을 내면 된다. 세율은 22%지만, 수익과 손실을 모두 합쳐 세금을 계산하기 때문에 여러 번 매매한다면 해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해외 증시에 상장된 ETF 투자는 분리과세 대상이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 금융종합소득과세 대상자인 고액 자산가라면, 국내 합성ETF보다 해외 직접 투자가 더 유리하다.

이기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 부동산 지수에 따라 수익을 내는 같은 종류의 합성ETF라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에 투자해 부동산 지수 상승분 이외에도 추가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합성ETF의 수익률이 낮았던 것도 거래가 드문 원인이다. 'KINDEX 합성-미국리츠부동산(H)'는 상장 이후 주가가 2.1% 내렸고 'KINDEX 합성-선진국하이일드(H)'는 1.1%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5.9% 상승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합성ETF는 주식보다 펀드에 가까운 상품으로, 오랫동안 보유해야 해 거래량이 다른 ETF처럼 많을 수 없다"면서 "다만 상품 출시 당시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합성ETF(상장 지수 펀드)

실제로 주식이나 채권을 사들이는 ETF와 달리 직접 특정 주식이나 상품을 사지 않고서도 파생상품 등을 이용해 해당 지수와 비슷한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