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의, 시니어에 의한, 시니어를 위한 시니어엑스포 참관기

상큼한 가을바람을 맞는 아침, 2013년 서울 국제시니어엑스포 열리는 첫날 아침이었다. 삼성동 코엑스 행사장으로 가는 길은 보이는 사람마다 행복해 보였다. 나와 같은 길을 가는 것 같으니, 그들이나 나나 어찌 아니 즐거울까. 물론 시니어가 아니라 하더라도, 누구나 반드시 시니어가 될 터이니, 당연지사 서로 같은 마음이 아닐 거냐 하는 거다.

간략한 개막식 끝자락을 따라 들어간 코엑스 홀 D. 올해 두 번째 행사장은 시니어의 평온한 삶을 지향하는 국내 관련 기관과 기업체들이 즐거운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맞이한 부스는 시니어 생활에 직접 도움을 주고 있는 의료산업분야 기업체들이었다. 아직 은퇴 후를 지금처럼 생각해본 적이 없으나, 점점 이들 제품에 익숙해지는 것 또한, 발걸음이 가벼워지니 이것 참모를 일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들리는 곳마다 죽치고 앉아 물어보고 체험하며 나만 보아달라고 떼쓰고 싶었으나 어찌할꼬. 밀려오는 뒤 참관자를 위해 오래 있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점점 참관객들이 많아지면서 안으로 밀려 이동하자, 시니어 환경을 개선하고 미래지향적 삶을 향한 부스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니어의 주택, 시니어를 위한 교육이며 보험 등과 관련된 분들이 맞으며 반기는 것이었다. 코엑스 전시회에 많이 와봤지만 오래 익숙한 느낌마저 드는 친절, 아니 진솔한 삶의 모습이 다가왔던 것. 반가움 반, 아니, 호기심 반인가? 다가가는 순간마다 기쁨 같은 것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한참 전시장을 돌다가 쉴 겸, 너와 나의 휴식을 위한 피아노 소리 가운데에 앉았다. 좀 더 분명히 보이는 것들은 전시장 포스터며 오가는 관람객들의 손에든 포스터와 그 포스터를 따라 움직이는 발걸음들이었다. 앞사람 향기를 따라 밟고 다니는 소리. 그 소리는 어쩌면 미래 어느 도시 귀퉁이에 앉아 들을 수도 있는, 이 가을 익어가는 과일의 뿌드득거리는 소리 같았다.

밀리듯 움직이는 옷깃에 흐르는 나의 소리 또한 자연을 향하는 이곳 행사장, 그 높은 천장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 웃음소리에 매달리다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내 눈동자 같은 소리였다. 그랬다. 행사장 안에서 서로 내는 소리란, 시니어의, 시니어에 의한, 시니어를 위한 발자국 소리가 행사장 밖, 삼성동이며, 서울 아니 세계 하늘 곳곳 시원하게 감싸 휘도는 것이었다.

시니어의 산업전이 펼쳐지는 행사장을 뒤로하고, 시니어에 의한 산업 꽃향기가 세계로 뻗어 가는 한반도 바다와 하늘을 넘어, 시니어를 위한 아니 나를 위한 산업 전시회장을 벗어났다. 코엑스 전시장 꼭대기를 힐끗 보다가 더 짙어가는 가을 정오 하늘과 마주했다.

시니어, 내가 시니어인가? 시니어, 진정 너는 누군가? 시니어? 아, 벌써 그런가? 그래, 뭔가 그럴 것이라 하며, 머뭇거리는 사이, 가을 하늘이 나에게 또 물었다. 시니어 산업전이 너와 무슨 관계인가?

아무리 어물쩍거려도 밀리고 미는 사람 틈에선 한 가지 고집을 피우기엔, 편안한 답안을 써내기엔 서툰, 나 또한 도시 현대인일 수밖에 없었다. 묻고 또 물어도 선뜻 답하는 일이란, 아직 미안하게도 시니어 삶에 대한 명확함이 부족하구나 하는 무릎 아픈 시간의 연속일 뿐이었다.

불과 두 시간 남짓, 오늘 행사장에 머물며 어떠한 즐거움을 며칠 지나도 어떻게 더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욕심의 꼬리에 또 다른 욕심이 다시 그 꼬리를 무는 것이었다. 물론 더 이상 시니어란 이름을 끌어안고 싶은 자랑스러운 변명이 아니었나 싶었다.

시니어란? 그랬다. 그 답은 분명 변명과 변명의 틈바구니에 있는 듯했다. 시니어, 이들의 자존심이 더 강해질수록 더 분명해지는 것은 참 안타깝게도, 스스로 만들어 놓은 자신의 고유함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다름 아니었다. 아니 자신의 것을 지키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과 행동을 자주  지켜보고 싶어 하는 본능이 모든 사람의 콧등에 매달려 헉헉대는 것이었다.

멍청하게도 스스로 발목을 잡고 달리는 본능을 위해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 길을 계속 지켜보다가 눈길게 감을수록 매듭지어지는 것들, 시니어란 단어에 익숙할수록 더욱 세게 크게 매듭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 저마다 작은 매듭들을 지어가며 현재 즐거움을 이어가고 있다. 그 매듭마다 생기는 멋들어짐, 바로 나의 것이라 외치며, 누구나 보아라, 보아 달라, 얼굴 흔들어대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가급적 우리는 멋 혹은 성공 또는 내 것에 대한 만족 등등이 아직은 남아있을 자신만의 시간들에게 보상해 줄 것이라 믿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를 보여주고 싶은 것들 중, 이것만은 아직 남아있는 자랑거리라며 얼굴에 덕지덕지 붙이고 다니는, 어쩌면 우스꽝스러움을 움켜쥐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제 가진 것을 하나하나 내려놓으면서도 뭐 그리 아까운 것인지, 그러함을 알면서도 왜 그리 머뭇거리는지, 이러한 것들을 알면서 또한 자랑하고 싶은지 참모를 일이다. 시니어가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다.

아무리 고개 숙여도 부끄럽지 않은 시니어를 위해, ‘이번 시니어엑스포 행사장을 다녀온 사람 모두는 이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봤다. 분명 앞의 시간이 더 다가올수록 우스운, 그렇지만 그 멋들어짐이란 ‘우리 시니어는 이제 서로 비슷해진다.’ 라는 사실을 믿고 싶은 것. 사람들은 원컨대, 원래 지금 순간에 단 하나 내세울 수 있는 것이란, ‘지금 순간만이 평소 남아있는 단 하나의 멋’이라 믿고 싶은 것이요, 이 믿음을 우리 많은 시니어가 하루에 한 번은 평온하게 만지고 있으리라는 확신이었다.

2013 서울 국제시니어엑스포를 멀리 두고, 눈을 감으면 감을수록 행사장에서 만났던 시니어들의 다정다감어린 내 숨결 같은 눈빛이 떠올랐다. 그 눈빛마다 번쩍이던 시니어들의 말들이, 가을 밖으로 불쑥불쑥 나갔다가 들어오더니, 오늘 2013년 높다란 가을 구름과 함께 내 발걸음마다 내 웃음이 살짝 밟히는 것이었다.
 

하하, 벌써 알고 계시겠지요?
시니어가 더 될수록
이것이냐 저것이냐
잘 따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단순해질수록 멋진 웃음
지금처럼 아름다운 소리
저절로 생긴다는 또한 사실을

저만 보고 그냥 걸어오세요
누구나 시니어가 되니까요

어디든 편하게 떠나가세요
당신은 당당한 시니어니까요

더 웃으라고요?
하하, 그럼요
우리는 멋진 시니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