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州한옥마을 관광객 500만 눈앞… 舊도심 활기

비빔밥 명가인 전북 전주 구도심 중앙동 K회관은 주말과 휴일 예약을 받지 않는다. 좌석 180석이 모두 차버리기 때문이다. 이 음식점 양미 대표는 "멀리서 찾아왔다가 빈 예약석을 보며 기다리는 가족 손님들에게 미안했다"고 말한다.

요즘 주말 전주 구도심에서 붐비는 음식점은 이곳만이 아니다. 한적했던 동문 거리와 동서학동도 마찬가지다. 동문상인회 이종근 회장은 "식당가 매출이 30%쯤 늘었고 어둡던 밤거리가 환하게 밝아졌다"고 했다. 동서학동 M식당 주인 전인근씨는 "예술인 20가구가 이사 오면서 빈집이 사라졌고 집값도 배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전주 한옥마을이 연간 관광객 5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둔 관광 거점으로 등장하면서 그 활기가 인근 구도심까지 번지고 있다.

한옥마을은 한옥 700여채 사이에 경기전·풍남문·오목대·전주향교 등 조선시대 유산이 즐비한 곳이다. 처음 문을 연 2002년 연간 31만명에 그쳤던 이곳 관광객은 2006년 100만명, 2010년 300만명을 넘더니 작년 493만명에 달했다. 올해는 51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관광객이 늘면서 당장 한옥마을 안에서만 100여곳이던 상가가 지난 3년 사이 305곳으로 늘었다. 음식점 55곳에 전통찻집·커피숍이 45곳, 숙박시설이 68곳, 공예공방이 70곳이다. 한옥마을과 함께 공동화하던 이웃 동문 사거리 주변도 2011년 초 165곳이던 상가가 올해 안에 250곳에 이를 전망이다.

한옥마을은 구도심 숙박업소에도 활기를 불렀다. 고사동 H여관에 이어 다가동 W여관이 관광호텔로 시설을 개선, 지난 8월 재개장했다. 중앙동의 옛 삼성생명 건물도 커피숍과 갤러리를 갖춘 전통호텔로 변신했고, 휴업 중인 노송동 C호텔도 객실 111개를 리모델링해 연내 관광호텔로 문을 연다. 발길이 끊겨가던 전동 남부시장 주변 여관가도 주말 손님들로 북적인다.

한옥마을은 1977년 '한옥보존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건축 규제로 슬럼화가 가속화됐던 곳이다. 빈집이 늘고 지붕에 잡초가 우거진 집까지 생겨나면서 주민들이 반발해 1997년 보존지역에서 해제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전주시가 빈집과 공터를 사들여 체험·이벤트 공간을 늘려가고 한옥 개보수비 일부까지 지원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주시는 한옥마을과 주변 구도심에 활력을 주기 위해 주민을 내몰며 시가지를 '갈아엎는' 재개발 대신 생활·문화 공동체를 유지하는 '도시재생' 방식을 선택했다. 한옥 마을 복판엔 인공 실개천이 흐르게 했고 일제 때 헐린 옛 전주동헌도 2010년 이곳에 옮겨와 복원한 뒤 '전통문화연수원'을 열었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식·한지·판소리·서예 등을 관광과 융·복합, 그 산업화를 지원하는 '한(韓)스타일관광과'와 시가지 재생을 예술적으로 디자인하는 '아트폴리스과'라는 행정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한옥마을 상업시설 팽창은 이 마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불러왔다. 이곳 주민들은 그러나 "구도심 활성화는 오랜 바람이었고 그간의 규제를 견뎌온 데 대한 보상"이라고 말한다. 올해 발족한 국제슬로시티 전주한옥마을협의회 김영량 회장은 "마을 품격을 지키고 관광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주민이 환경·경관 개선에 앞장서고, '상가인증제'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한옥마을 외곽 경원동·동서학동엔 한국전통문화전당, 한지산업지원센터, 국립무형유산원이 곧 개원한다. 제주까지 관할했던 전라감영 일부도 중앙동 옛 전북도청 터에 복원된다. 류인평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전주 한옥마을 성공은 '선택과 집중'의 성과"라며 "국내여행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 마을은 구도심 밖으로까지 관광객을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