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商 꿈꾸는 겁없는 청년들이여, 내게 오라

"중국 화상(華商)들은 탄탄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동남아는 물론 미국·유럽·남미 경제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이 힘을 바탕으로 모국(중국)의 해외시장 진출에 첨병 역할을 하죠.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청년들에게도 화상과 같은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세계한인무역협회(OKTA)에서 청년 교육을 총괄하는 '차세대무역스쿨' 이경종(52) 위원장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동포 청년들을 하나로 묶는 '한상(韓商) 네트워크' 형성이 매우 시급한 재외동포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인무역협회는 전 세계 63개국 7000여명 회원을 둔 최대 규모 재외동포 경제단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 위원장은 "전 세계 30여개 도시에서 이뤄지는 차세대 교육을 총괄하기 위해 한 달에 한두 번은 해외출장길에 오른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재외동포 수가 700~800만에 이른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한민국 인구의 15%에 이르는 규모죠. 20~30년 전에는 '모국상품 구매운동'이나 했겠지만, 한국 경제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시점에서 이들은 해외시장 진출의 선봉대가 될 수 있습니다."

'차세대무역스쿨'의 교육은 크게 한인 정체성 교육, 경제 실무 교육 두 가지로 나뉜다. 뉴욕, 도쿄, 자카르타, 마닐라 등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성공한 선배 한인, 현지 저명인사 등을 강사로 섭외해 무역에 관한 기본 소양을 쌓는다. 무엇보다 다른 국가, 다른 도시에 있는 청년들 간의 교류가 중시된다. 창립 12년째인 무역스쿨을 통해 재외동포 경제인이 1만2000여명 배출됐다. 이 가운데 많은 수가 무역업체를 운영하는 CEO, 한국 기업·공공기관 현지 주재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교포 자녀만이 무역스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위원장은 "무역스쿨 학생의 10%는 현지에 여행·유학을 왔다가 정착한 1세대 청년이고, 이 수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그 자신도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가능성을 보고 겁없이 뛰어든 '1세대'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에서 MBA를 마친 그는, 1996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현대호텔에 발령을 받아 연해주로 왔다. "한반도·중국·러시아가 만나는 곳인 연해주의 매력에 이끌렸죠. 열정만 믿고 사업을 벌였다 현지인 파트너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했고,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큰 피해를 보기도 했죠. 실패를 통해 얻은 선배들의 노하우도 배울 수 있습니다."

이 위원장은 "지금까지 '한상'은 주로 무역 분야에서 활동했지만, 최근에는 IT분야 종사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네트워크의 성격과 범위도 달라지고 있다. "무역업에서 한인 간 협력이 같은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IT분야에서의 네트워크는 그 범위에 제한이 없습니다." 북미, 일본, 동남아 도시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무역스쿨도 지난 3~4년 새 중동, 호주, 유럽 등지로 지회를 넓히고 있다.

그는 해외를 무대로 활동하려는 한인 청년들에게 "너무 상황이 무르익기를 기다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우선 도전해보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현지의 문화와 특수성을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