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뚫은 證市… 外人 매수·개인 환매 계속될 듯

증시가 2050선을 돌파하면서 외국인과 개인의 대결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앞으로 증시가 2100선을 넘어 대세 상승할지는 그동안 12조원의 주식을 매집한 외국인과 10조원어치를 내다 판 개인들의 '2라운드' 승부 결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은 상당 기간 주식을 더 살 여력이 있고, 개인들은 한동안 주식을 더 내다 팔려고 할 것"이라며 "대세 상승장으로 가느냐 여부는 양측의 승부 결과에 달려 있다"고 했다.

◇'1라운드'는 개인의 완패

우선 2050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의 주식 매집 승부는 개인의 완패로 끝났다. 외국인이 산 종목은 주가가 오른 반면 개인 매수종목은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예컨대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외국인이 10월 18일까지 36거래일간 총 3조3600억원어치를 사면서 주가가 17.3% 올랐다. 반면 개인들은 같은 기간 1조8500억원어치를 외국인 등에게 팔면서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다.

개인이 5800억원어치를 산 LG디스플레이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00억원, 4000억원어치를 팔면서 가격이 11.5% 내렸다. 지난 8월 29일 두 개 회사로 분할상장된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에서도 외국인이 매집한 네이버는 39% 올랐고, 개인이 선택한 NHN엔터테인먼트는 31% 추락했다.

외국인들은 이번 바이코리아 기간 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포스코 등의 경기에 민감한 대형주를 쓸어담았다. 반대로 개인들은 경기 민감주가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보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하는 중·소형주 등을 모았지만 결과적으로 패인이 됐다.

증권가에선 외국인 선호 주식에 대해 "많이 올랐다"는 의견과 "더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등은)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외국인이 하루 5000억원 이상씩 살 때는 가격이 꾸준히 올랐지만 최근 2000억~3000억원으로 약화된 외국인 매수세로는 현재 가격을 유지할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선진국의 연말 소비 특수가 예상된다"며 "(외국인이 샀더라도) 반도체, 자동차, 화학, 건설 등 수출 경기에 민감한 주식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2라운드, 개인 매수 세력에 가담하며 쌍끌이 장세 될까

증권가에선 "2050선까지는 외국인이 만들었지만, 2100을 넘는 건 개인 투자자 없이는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개인들은 연일 환매 릴레이 신기록을 쓰고 있다. 지난 8월 28일부터 10월 17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32일 연속으로 총 4조6000여억원이 빠졌다.

업계에선 1800~2000포인트 사이에서 펀드에 가입한 개인들의 상당수가 지난 2년간 박스권 증시에서 매도 타이밍을 잡지 못하다 10% 안팎의 수익에 물량을 쏟아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50선 이상에서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엔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 개인이 더 많았던 셈이다.

문제는 주가 2050선을 넘어도 펀드 환매 대기 물량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50선 이상에서 펀드 환매 대기물량은 약 9조3000억원어치로 추정된다.

반면 외국인들은 지난 17·18일 이틀간 하루 3000억원 선으로 순매수세를 다시 키우면서 본격적인 대결 장세를 예고하고 있다.

KB투자증권 박세원 연구원은 "현재 한국 관련 글로벌 4대 펀드의 한국 투자 비중은 7.8%로 2003년 이후 평균인 8.2%보다 아직도 낮다"며 "외국인이 한국 투자 비중을 평균까지 늘리면 3조원, (증시가 대세 상승했던) 2005년에 기록했던 9.5%까지 늘리면 최대 14조5000억원까지 한국 주식을 더 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주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2050을 넘어섬에 따라 개인들이 추가 수익을 노리고 펀드 환매 시점을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