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좌우 벽면… 세계 첫 '3面 스크린기술' 개발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해 강펀치를 날린다. 일격을 당한 외계 로봇이 스크린에서 사라지는가 싶더니 영화관 오른쪽 벽면의 화면에서 나뒹군다. 이렇게 영화관의 전면과 좌우 벽면을 모두 활용하는 신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KAIST는 노준용 교수(문화기술대학원)가 CJ CGV와 공동으로 영화 스크린을 극장 전면을 포함해 좌우 벽면으로까지 확대하는 'CGV 스크린 X'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노준용 교수팀은 기존에 전면에만 투사되는 장면을 컴퓨터로 분석, 전면과 좌우 벽면에 각각 쏠 장면으로 나눴다. 세 개의 프로젝터가 동시에 전면과 좌우 벽에 화면을 쏘면 관객은 180도 가까운 스크린으로 둘러싸인다. 전면만 주시했던 관객은 시야를 넓혀 좌우, 전면에 동시에 펼쳐지는 영상을 감상하게 된다. '삼국지' 같은 스케일이 큰 전쟁 영화나 '해운대' 같은 재난(災難) 영화에 이 기술을 사용하면 관객이 몰입하는 정도가 일반 스크린보다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영화 상연 전 틀어주는 광고에도 이번 기술을 적용할 수 있어 광고 효과도 올라갈 전망이다.

연구진은 기존 극장이 쉽게 CGV 스크린 X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기존 영화를 CGV 스크린 X 기술에 재편하는 콘텐츠 재구성 기술, 복잡한 상영 시스템을 적은 인력으로 관리 가능한 시스템 기술, 3개의 스크린에 투사되는 영상을 시간상으로 일치시키는 '멀티 프로젝션' 기술 등을 개발했다. 이 때문에 "대규모 투자 없이도 CGV 스크린 X 기술이 적용 가능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KAIST는 밝혔다.

노 교수는 "CGV 스크린 X 기술은 3D 영화에 뒤지지 않는 입체감을 주면서도 별도의 안경을 착용할 필요가 없어 관객의 편의성을 높이면서도 어지럼증 같은 부작용이 없다"며 "기존 영화관 시설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프로젝터만 추가하면 되는 만큼 해외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CJ CGV는 이번 기술 개발을 기념해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을 감독한 김지운 감독의 신작 '더 엑스(The X)'를 제작해 올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선보였다.

CJ CGV는 "올 1월부터 일부 상영관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해 왔고, 적용 결과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하게 됐다"면서 "연내 50개 상영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멀티 프로젝션 (multi-projection)

한 장면을 둘 이상의 화면에 분할해 투사하는 기술이다. 허구 세계를 실감 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3D(입체) 영상 기술의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