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는 동북아의 한자어 권에서 한국이란 문화 블록을 구별해 주는 실질적 힘을 지니면 사용되는 살아있는 언어다. 그 문자 언어 체계에는 분명히 한글이 존재하고, 그 한글과 하나로 섞여 동북아의 중국어적 특질이나 일본어의 특징과는 다른 성질을 지니는 한국적 한자어도 숨 쉬고 있다.
한반도에 '문화적 태풍'만을 강제할 정치적 폭군을 앉혀 한 세대나 두 세대를 불게 해 한자를 완전히 자취를 없애면 어떻게 될까? 아마 상당한 기간을 한국어는 문화적 역할을 맡아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글이 뿌린 내린 한자어 자체까지도 철저히 파괴하고 부정하는 철저한 언어적 세뇌를 거친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까?
가령 숫자를 읽는다면 일, 이, 삼, 사..십이라는 읽기는 불가능해질거다. 다만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이라는 한글어로만 숫자를 셀 수 있을 것이다. 영어로 숫자를 계산하면 늦는다고 한다. 가령, one, two, three, four, five, six, seven, eight, nine, ten 이렇게 세야 한다. 음성은 모음을 기반을 두니깐 모음만 기준해 봐도 한국적 독음을 기준한 한국식 한자는 모음 하나로 다 끝난다.
표준어를 구사하는 대학 교육을 받은 기준으로 내가 모음을 정확히 발음하는 조건으로 0.9초 정도면 지나치게 빨리하지 않아도 열 개의 숫자를 다 입으로 말할 수 있었다. 영어의 경우에는 몇 번을 다시 세봐도 2.25초 정도가 걸렸다. 순 한글로(10을 열로 세는 것 포함해서)는 1.55초 정도가 걸렸다. 세 개를 발음하는 기준은 각각의 글자의 모음 발음은 정확히 하면서 빨리 읽는 조건으로 스스로 읽어 본 것이다.
일정한 실험 조건을 설정하고, 엄격히 이걸 음성을 재는 정밀 기구를 갖추고 반복해 실험해 본다면 음성에 따른 셈의 속도를 측정하는 결과도 나올지 모른다. 적어도 눈을 가리고 하는 실험을 한다면 특별히 셈을 훈련받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언어 간 선택에 따른 계산은 다르지 않을까 의심해 본다.
두 번째로, 동북아 문화는 분명히 한자어에 기반해 오랫동안 형성된 역사권이다. 그게 외교든, 전쟁이든 교통하는 언어 매개는 한자였다. 한자를 연구하는 인력이 얇고 좁다면 과거 역사에 대한 인식의 폭도 난쟁이 같아질 것이다. 각국의 역사는 각국이 쓰는 한자어에 담겨 있다.
중국의 음은 한국과 다르고, 한국의 음은 일본과 다르다. 이쯤 되면 이미 한자어는 알파벳만 공통인 다른 음성이 나는 반인반수의 글자다. 고유한 글자라고 말해도 반은 맞는 주장이다. 따라서 역사를 지키고 싶다면 그 역사의 뿌리를 다수가 반은 직접 읽을 수 있는 언어적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가령 영어로 따지면 어원을 아는 '보캐 도사'는 어원을 모르는 사람과는 천양지차가 난다.
다음으로 한자어를 쑥 뺀 한국어가 다른 제3의 언어 도움 없이 어떻게 전문 학술어나 학술적 개념을 전달할 수 있느냐 하는 아주 실용적 측면이 있다. 한자가 박약한 한국어는 말 그대로 박약아가 되기에 십상이다.
넷째로, 총체적 역사 지식 말고도 역사에서 형성해 주는 한국이란 정체는 어떻게 지켜 내고 구별해 낼 건가 하는 의식이 문제가 된다. 한국의 국방을 사수하는 근간도 한국 내 고유하게 사용한 언어적 사유 체계를 통해서 형성되지 않았나?
다섯째로, 어원을 찾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아리랑은 그 뿌리가 어디인가? 한자로 구성된 어휘가 증발된 이상 그 어원을 찾아 헤매는 정말 기약이 없는 언어적 유랑을 이끌 '언어의 모세'가 출현해야 하고, 또, 그 모세에게 '순 한글 어의 가나안땅'을 제시할 하나님도 나타나셔야 한다.
여섯째는 한자를 아는 중국인은 한자를 아는 한국인과 같은가, 또는 한자를 아는 일본인은 한자를 아는 중국인과 같은가 하는 알파벳이 같다고 그 언어의 사용자가 모두 같은 부류의 민족인가 하는 당연한 질의다. 산이 물을 절대 가르지 못하듯, 알파벳이 같다고 인간을 분류하기는 어렵다.
그다음은 비용의 문제도 있겠다. 물론, 한자어를 재도입하는 경제적 비용도 들겠지만 하나의 예를 들자면 실용영어의 척도가 되는 토익에 드는 경제적 비용은 얼마인가? 한국 영어 교육산업은 어떤가? 정작 한국어의 근간인 한자어는 실로 한국 문화와 사회와 기업과 학교에 천문학적인 상상 할 수 없는 기여를 지금도 박봉에 하는 초인과 같지 않은가.
그런데 정작 그 초인에게 우리 사회는 애써 외면을 하고 때로 학대를 서슴지 않는다. 한국적 한자는 한국어의 패밀리가 아닌가? 지금 우리는 한국식 한자를 일본과 달리 고려장 시키는 문화적 배신을 하는 일종의 문화 혁명을 1백 년간 지속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당황한 일화를 말해 본다. 얼마 전 10월 3일은 '개친절'이었다. 개천절이 요새 학생들 언어적 조어로 '황당한, 지나친, ~한' 의 접두사가 붙어 버린 외계어가 된 거다. 그건 한 초등학생이 어른 대화를 듣다 발생한 한국어 청취의 결과다.
하늘을 처음 열었다는 뜻이 요새 학생들 언어적 조어로 '황당한, 지나친, ~한' 의 접두사가 붙어 버렸다. 말을 한 아이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 그 아이들의 어른도 사실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문화적 위선과 무식이 한국사란 거대한 거울에서 비친 일그러진 한국의 얼의 모습이었다.
개친절을 개천절로 고치는 데는 유치부를, 초등부를 영어 훈련을 시키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기간으로 가르칠 수 있지 않은가. 비록 당나라 시를 줄줄 외게 할 문화적 사대는 필요 없지만 적어도 한국어 대다수를 이루는 기반어를 이해하는 실용적 한자어는 한국인이라면 익혀야 한다. 이건 나이를 넘는 문제고, 그 사회적 비용은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층만 두고 보더라도 한 권의 토익 문제집이나, 한 손에 잡힐 커피를 하루 아끼면 만회할 수 있는 비용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문화적으로 정직해져야 한다. 기억의 경우만 해도 순 한글로 한자어의 음이 공통인 한국어를 이해하기는 불가하다. 학습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중고생의 경우에도 한자어를 삭제하고 한글 알파벳으로 환치한 학습 내용은 이해력에서 진짜 낮지 않은가? 화학용어도, 물리 용어도, 생물 용어도 다 자생 한글로 이뤄진 영역이 아니다. 일본을 무시하면서 일본의 한자어가 이룩한 문화적 금자탑을 우리는 순전히 한자적 동질성으로 우리는 같이 탄 거다.
한자는 단언컨대 중국어가 아니다. 한자는 동북아의 공용 알파벳일 뿐이다. 따라서 일본이 일본식 음과 일본식 한자와 공통의 한자 알파벳을 써도 그건 모두 합쳐 일본어다. 마찬가지의 인식이 이제 한글만을 강제하는 한국에도 생겨야 하지 않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