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베트남서 한국式 영업… 고객 50배(3년새) 급증

동부화재는 지난 2011년 8월 세계 금융의 중심지 미국 뉴욕 맨해튼에 지점을 개설했다. 1983년 미국령 괌에 진출해 미국 영업의 노하우를 쌓은 뒤 2006년 하와이, 2009년 캘리포니아주를 거쳐 최종 목표였던 맨해튼까지 진출한 것이다.

국내 다른 보험사들은 우리 교민들이 많이 사는 뉴저지에 지점을 냈지만, 동부화재는 '한국식 서비스'가 세계 금융의 심장부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맨해튼 지점을 개설한 지 2년이 지난 현재 수입보험료(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료 합계)는 2008년 556억원에서 2012년 1536억원으로 3배 증가했다.

한국식 보험영업 방식인 '빨리빨리'와 '정(情)'을 무기로 미국 현지의 수많은 보험판매 대리점들을 공략한 게 주효한 것으로 동부화재는 자체 분석하고 있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현지 경쟁사들이 3일 이상 걸리는 보험 심사를 하루 만에 처리해 통보해 주고, 대리점 임직원의 결혼기념일까지 챙겨 주면서 독려해 영업망을 늘렸다"고 말했다.

동부화재 보험 상품을 파는 미국 내 대리점 수는 매년 10%씩 증가해 현재 1500여곳에 달한다.

◇신한베트남은행, 직원 510명 중 477명이 베트남 현지인

한국 금융의 해외 진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일부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지화'와 '한국화'를 동시에 추진했다는 것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은행업계에서 대표적인 해외 진출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당연하지만 신한 역시 처음에는 고전했다.

"베트남 직원에게 영업을 시켰더니 고객 1명을 데려와 통장 1개 만들고 끝이에요. 주택대출, 신용카드까지 우리 걸 쓰도록 해야 하는데 이게 안 되는 겁니다. 속이 터졌죠."

베트남 호찌민의 신한베트남은행 이원태 부장은 3년 전 베트남에 파견 왔을 당시 현지 직원들의 영업 방식을 떠올리며 "매일 아침 때려치우고 싶었다"고 했다. 현지 직원 채용을 늘리는 '현지화'만 하면 자리를 잡겠거니 생각했지만, 오판이었다. 신한베트남은행 전체 직원 510여명 중 477명(94%)이 베트남 현지인이다. 9개 지점의 부지점장도 모두 베트남인이다. 결국 베트남 직원을 '한국화'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법인 고객을 확보하면 그 회사 직원들도 몽땅 우리 고객으로 만들어야 한다" 등 한국에서는 기본 중의 기본인 영업 전략을 6개월 넘게 귀에 못이 박이도록 교육하자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3년 전 2~3곳에 불과하던 현지 기업 고객 수가 150곳으로 불어났다.

첩첩산중 같던 베트남 금융 시장을 마침내 뚫은 것이다.

◇브라질 현지 직원들에게 한국식 영업 노하우 전수한 외환은행

브라질 상파울루의 브라질외환은행은 현지 브라질 직원을 한국 기업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화'에 중점을 뒀다.

브라질에는 현대차와 포스코건설, 두산 인프라코어 등 한국 기업 140여곳이 진출해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이라고 해서 한국계 은행을 찾지는 않았다. 게다가 해외 진출 기업의 경우 기업의 관리자와 임원은 한국인이고 실무자는 현지인이어서 영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브라질외환은행의 직원 15명 중 12명이 브라질 현지인이다. 외환은행은 현지 직원이 한국인 관리자와 현지인 실무자 모두를 상대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켰다.

브라질외환은행의 이동만 법인장은 “처음에는 브라질 직원들이 한국 사람을 만나면 머리 숙여 인사하도록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 직원들이 인사는 물론이고 몇몇 직원은 한국어 교육까지 받아 한국 뉴스를 주제로 고객과 대화도 할 정도로 한국 사람이 다 됐다”고 말했다. 또 브라질 현지 변호사와 회계사를 섭외해 법무·회계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브라질외환은행의 전체 직원 수는 15명(브라질 현지인 12명)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올린 순익은 670만헤알(약 32억원)이다. 2년 전 260만헤알(약 12억원)에 비해 2.5배로 늘었다. 직원 한 명이 2억1000만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우리나라 은행 직원 평균 수익(5000만원 안팎)의 4배쯤 된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이 제조업과는 달리 장벽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서비스 산업이 한국보다 뒤처진 동남아·남미 등에선 한국식의 영업·서비스 방식이 경쟁력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