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가 만난 고수] '정통 이코노미스트' 오석태 한국SG증권 상무

오석태(45) 한국SG증권 이코노미스트(상무)는 금융계의 정통 이코노미스트로 꼽힌다. 쏟아지는 국내외 경제 지표를 분석해 통찰력 있는 성장 전망으로 종합하는 게 그의 특기다.

그는 1985년 학력고사에서 전국 공동수석 겸 인문계 수석을 했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그가 1996년부터 한국 씨티은행에서 일하며 10여년간 작성·배포한 경제전망 보고서는 '씨티 보고서'로 불리며 전문가들도 즐겨 읽었다. 2009년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을 거쳐 지난 6월부터 한국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에 몸담고 있다. 오 상무는 "한국경제에 가계부채 문제가 잠복해 있어 내년 한국 성장률이 3.3%에 그칠 것으로 본다"며 "반면 미국은 내년 성장률이 3%를 넘고 앞으로 4~5년 동안 경제지표가 꾸준히 오르면서 세계에서 가장 좋은 투자처 중 한 곳이 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들이 두 달간 바이코리아 행진을 했다. 외국인이 왜 한국에 투자한다고 보나.

"한국은 적당한 성장과 안정된 물가에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잘 관리되고 있어서 위기 가능성이 그만큼 작다. 만약 전 세계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이 성장 중시라면 한국이 상당히 손해를 봤을 텐데, 지금은 안정을 중시하는 쪽으로 가는 분위기기 때문에 한국이 상대적으로 빛을 본 거다."

―코스피가 얼마까지 가나.

"SG증권에서는 내년도 코스피가 2300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오 상무는 업무상 주식 전망과 관련해 공개적인 언급은 할 수 없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가 실제로 회복하는 게 맞나.

"진짜로 강한 회복이냐가 중요한데, 아직은 좀 부족하다. 지난 몇 분기 동안 호조는 건설과 정부 지출이 기여한 부분이 많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까지 지표는 좋았는데, 연속성이 의심된다는 거다. 소비랑 수출로 바통 터치가 좀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가 뭔가.

"특히 가계부채가 소비 회복을 저해하고 있다. 저축률이 낮은 상태에서 소비를 늘리려면 가계부채를 더 늘려야 한다. 그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은 한 번 폭탄이 터져서 (부채 문제가) 해결이 됐지만, 한국은 해결이 안 됐다. 폭탄이 안 터지게 잘 관리하고는 있지만, 계속 안고 가는 거다."

―성장률은 어떻게 보나.

"올해 2.6%, 내년에 3.3% 성장할 것으로 본다(국내외 기관들의 내년 성장률 전망은 평균 3.5% 수준이다). 국내 내수는 크게 좋아지진 않을 것이고, 긴축 쪽에 가깝다. 해외 상황은 중국과 이머징이 안 좋다. 동남아도 어렵다. 한국이 그동안 이머징 마켓으로 수출을 다변화해놨는데, 이제 오히려 선진국 경기가 좋은 상황이니…. 또 미국이 과거처럼 경상수지 적자를 대규모로 내면서 소비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래도 자국 위주의 성장이 되니까 다른 나라로 넘쳐나는 게 과거에 비해서 적을 거다."

―한국은 위기가 없었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준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단점을 잘 관리하고 있다. 한국은 더 이상 이머징 마켓이 아니다. 한국 성장률이 내년 3% 초중반대라고 보면, 이머징 마켓이라고 생각하면 낮지만 선진국이라고 보면 낮지 않다."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채한도 협상 등 악재도 남아있다.

"앞으로 4~5년간 전망이 가장 좋은 데가 미국이다. 내년부터 미국이 성장률 3%를 넘어 내후년엔 3.4%까지 갈 걸로 본다. 미국은 가계부채가 정리됐고, 부동산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정리됐다. 재정도 긴축을 통해 적자를 굉장히 많이 줄였다. 그 과정에서 고통이 많았는데, 문제를 많이 해결했고, 이제는 (지표가) 올라갈 일만 남았다."

―미국 경제 회복의 근거가 뭔가.

"가장 중요한 게 집값이다. 집값은 이미 작년에 바닥 찍고 올라가고 있다. 민간도 활력이 있다. 정부폐쇄 사태가 4분기 성장률에 다소 영향을 주겠지만 민간 부문은 1분기부터 성장률이 좋게 나왔다. 미국은 (가계부채의) 폭탄이 한 번 '빵' 하고 터졌다. 경제위기만큼 한 나라 경제에 산적한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다른 나라들은) 위기가 없이 그냥 지나가니까 그 문제가 남아있는 거다."

―양적완화 축소 시기는 언제로 보나.

"양적완화 축소는 빠르면 내년 1월, 하지만 3월에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문제는 테이퍼링(점진적인 축소)의 각도인데, 언제 시작하든 6개월 안에 끝낼 거다. 양적완화 축소가 연기될수록 한국 경제에도 좋지 않다. 미국이 만약 특별한 이유 없이 내년 초에도 양적완화 축소를 안 하면 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긴 걸로 봐야 한다. 그건 세계 경제에 큰 악재다."

―미국 경제가 좋아지면 수출국 경기에도 도움이 될 텐데.

"미국은 너무 좋기 때문에 장기 금리가 앞으로 왕창 오를 거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지금 2.5% 정도인데, 3~4년 안에 5%까지 갈 거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단기 금리도 오를 거다. 미국에 투자하는 관점에서 국채 금리가 5%인데, 이머징 채권에 과연 누가 투자할 것이냐가 문제다. 이머징 마켓에 닥친 시련이…. 미국 금리가 정상화되면 당장 이머징 마켓의 채권이 제일 문제가 된다. 소위 말하는 (이머징 마켓의) 고금리 통화라고 했던 것들이 (해외 투자자금이 빠지면서) 맥을 못 출 수가 있다. 중국은 경착륙과 연착륙의 중간쯤인 범피(bumpy) 랜딩을 할 것이라고 본다. 돈을 너무 많이 풀어서 성장했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다시 올라가긴 어렵다. 내년도 중국 성장률은 (올해보다 낮은) 6.9%로 본다. 중국이 기업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섀도 뱅킹(그림자 금융·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금융), 지방공기업 그런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성장 쪽으로 가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