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날았다 수익률 10%, 개미들 날렸다 수익률 -9%

외국인 투자자는 이번에 역대 최장 기간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내 대표 우량주들을 쓸어 담았다. 그런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이어 외국인 순매수 3위에 오른 투자상품이 있으니, 바로 '코스피200 ETF(상장지수펀드·키워드)'였다.

외국인은 두 달 동안 코스피200 ETF를 총 1조5000억원어치 사들이는 과정에서 최대 10% 이상의 수익을 챙겼다. 이 투자에 대해 증권업계에선 "ETF 투자의 정석(定石)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반대로 개인 투자자는 ETF 투자에서도 외국인을 따라가지 못하고 손실만 봤다. 외국인과 개인의 ETF 투자 성패를 가른 요인은 무엇일까.

외국인들은 지난 8월 23일부터 코스피200 ETF를 하루 평균 400억원어치씩 사 모았다. 작게는 50억원에서 많게는 2000억원까지 꾸준히 ETF를 샀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 지수는 외국인의 바이코리아에 힘입어 10% 이상 상승했고, 외국인은 투자한 기업 종목과 ETF 양쪽에서 수익을 챙겼다. 이정환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외국인들은 분산투자와 함께 증권거래세(0.3%)가 면제되는 절세 효과도 거뒀다"고 했다.

반대로 개인은 '셀 코리아(Sell Korea)'에 베팅하는 인버스ETF에 무려 4000억원을 쏟아부었다가 최대 9%의 대규모 손실을 봤다. 인버스ETF는 코스피200 지수가 떨어질 때 수익을 내고 오를 때 손실을 보도록 설계된 역(逆)방향 투자상품이다. 개인들은 순(順)방향 투자인 코스피200 ETF에선 오히려 2000억원을 뺐다.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곧 떨어질 것'이라는 개인들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틀린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 2년간 3차례에 걸쳐 1700~2000선의 박스권 장세를 경험한 개인들이 이번에 지나치게 몸을 움츠렸다"는 얘기도 한다. 개인들의 심리적 적정 주가가 1950포인트 언저리였고, 이를 넘어선 상승장에 아직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보다 근본적인 ETF 투자의 실패 원인을 일부 개인 투자자의 지나친 투기 성향에서 찾고 있다.

이번 바이 코리아 기간에 개인 투자자는 레버리지ETF를 1조6000억원 순매도(매도액에서 매수액을 뺀 것)했다. 레버리지ETF가 상승장에서 2배의 수익을 주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상승 국면에서 최대 20% 이상의 기대 수익을 날린 셈이다.

레버리지ETF는 코스피 200지수의 가격 변동에 따르는 수익·손실 폭을 2배로 확대한 상품이다. 코스피 200지수가 10% 오르면 이익을 20% 돌려주고, 10% 하락하면 20% 손실이 난다. 증권업계에서는 개인들이 지난 6월 하락장에서 레버리지ETF를 1조3000억원 순매수했다가 큰 손실을 본 이후 상승장에서 레버리지ETF를 손절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국 투자자들은 통상 코스피200ETF보다 '머니 게임' 성격이 강한 레버리지 ETF를 7배쯤 많이 사고판다. 하지만 외국인에 비해 '활동성'은 크게 떨어진다. 외국인은 이번 바이 코리아 기간에 레버리지 ETF를 100억원 정도만 순매수(매수액에서 매도액을 뺀 것) 했지만, 1조6000억원을 순매도한 개인에 비해 전체 장중 거래액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활발하게 매수·매도 주문을 냈다. KDB대우증권 이기욱 연구원은 "외국인에 비해 개인은 누적적으로 한 방향으로 레버리지ETF를 매입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투자는 주가 예측 방향이 틀리면 돈을 크게 물릴 위험이 있다"고 했다. 레버리지ETF는 오랜 기간 투자할수록 손해다. 예컨대 코스피200 지수가 250포인트에서 20%(300포인트) 올랐다가 똑같은 폭인 20% 하락해도 240포인트로, 원래보다 10포인트가 손해인 '음의 복리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국인의 ETF 매매 추이를 관찰한 다음에 추격 매매하는 게 옳은 전략일까? 문경석 KB자산운용 퀀트운용본부장은 "외국인의 ETF 매매에는 차익거래(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를 이용해 손실 없이 수익을 올리는 매매 기법)가 섞여 있는 등 변수가 많아 개인 투자자가 똑같이 따라 하는 건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200 ETF를 직접 매매할 때는 나름대로 정한 목표 주가에 따라 적립식으로 분산투자하고, 레버리지ETF·인버스ETF 등은 비교적 낮은 금액으로 투자하라고 권한다. 요즘 증권사들은 지수의 변동에 따라 자동 분할매수를 해서 평균 매수단가를 낮추는 'ETF랩'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코스피200 종목 중에서 상승 가능성이 큰 70여개 종목을 번갈아가면서 편입하거나, 배당수익·차익거래 등으로 지수 투자의 위험을 분산하는 '인핸스드(enhanced) ETF' 상품도 출시돼 있다.

☞ ETF(상장지수펀드)=주가지수의 등락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나도록 설계된 투자 상품. 증권시장에 상장돼 주(株) 단위로 매매하며, 증권거래세(0.3%)가 면제된다.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매입한 코스피200ETF는 코스피200 지수의 변동폭만큼 수익 또는 손실이 나는 상품이다. 운용사에 따라 ‘코덱스(삼성)’ ‘타이거(미래에셋)’ ‘킨덱스(한국투신)’ 등의 브랜드가 상품명에 붙는다. 파생 상품의 요소를 가미해 지수 등락률의 2배로 수익 또는 손실이 나도록 설계한 상품을 ‘레버리지ETF’, 지수 등락 방향과 반대로 수익·손실이 나는 것을 ‘인버스ETF’라고 한다.